벚꽃 넘어 체류형 축제로…28만 찾은 왕인문화축제 변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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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벚꽃 넘어 체류형 축제로…28만 찾은 왕인문화축제 변화 신호

9일 확대.3개 주간 운영으로 방문객 확장 효과
피크닉존.체험 콘텐츠 확대 가족 단위 체류 증가
매출 증가 성과 속 콘텐츠 경쟁력 지속 보완 필요

9일간 이어진 ‘2026 영암왕인문화축제’가 약 28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이번 축제의 가장 큰 변화는 운영 구조였다. 축제를 9일로 확대하고 ▲벚꽃 주간(4~5일) ▲인문.상생 주간(6~9일) ▲왕인 문화 주간(10~12일)으로 나눈 3단계 테마형 구성으로 개편했다.
 
벚꽃 개화에 따라 축제 흥행이 좌우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콘텐츠 중심으로 축제 전 기간에 걸쳐 체류형 축제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였다.
실제 방문객 집계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일정 부분 확인됐다. 개막 초반인 4일 4만9633명, 5일 5만4104명으로 벚꽃 주간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여전히 ‘벚꽃 효과’가 강력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후에도 6일 1만6000명, 7일 2만616명, 8일 2만896명 등 일정 수준의 방문객이 유지됐고, 9일에는 폭우로 인해 3940명으로 일시적 감소를 보였지만 다시 10일 2만1888명, 11일 4만49명, 12일 3만4413명으로 반등하며 총 27만9천312명의 방문객을 모집했다.
 
특히 축제 후반부인 ‘왕인 문화 주간’에 다시 대규모 인파가 몰린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기존처럼 벚꽃 개화 시기에만 흥행이 집중되던 구조에서 일정 부분 벗어났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이 시기에 트로트 가수 등 유명 연예인 공연이 집중됐다는 점에서, 콘텐츠 중심 개편의 취지가 완전히 구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 운영 방식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예년에는 벚꽃을 중심으로 ‘보고 떠나는’ 관람 형태가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머무는 축제’로의 전환이 곳곳에서 시도됐다. 행사장 내 피크닉존은 가족 단위 관람객이 장시간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됐고, 구림민속촌을 중심으로 한 체험 부스 역시 방문객 참여를 유도하며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실제로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구림민속촌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고, 다양한 체험 요소가 축제 전반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동 중심이던 축제 동선이 체류 중심으로 바뀌면서 관람객의 소비와 참여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체류형 콘텐츠 확대는 인문 프로그램에서도 확인됐다.

영암군이 지난 4월 9일 개최한 ‘인문학 항해 - 4월 인문학 토크쇼’는 군민과 인근 지역 주민 3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번 토크쇼는 ‘인문’과 ‘영암’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행사로, 사전 접수 인원만 274명에 달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행사 당일에는 영암군민을 비롯해 광주.나주.목포.무안.해남 등 인근 지역 주민과 해군 3함대 장병들까지 참여해 프로그램의 외연을 넓혔다.
 
행사는 개그우먼 김영희와 개그맨 정범균이 참여해 관람객의 고민을 직접 듣고 조언을 건네는 소통형 방식으로 진행됐다. ‘말자할매’로 무대에 오른 김영희는 “인생의 고민을 풀 열쇠는 각자의 주머니 속에 있다”고 전하며 관객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달했다. 이처럼 강연 중심을 넘어 참여와 소통을 결합한 인문 콘텐츠는 관람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축제 경험의 폭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의 증가도 눈에 띄는 변화다.
 
‘캐치! 티니핑’ 공연을 비롯해 AR 체험, 보물찾기 프로그램 등 참여형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면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방문이 크게 늘었다. 실제 공연 시간에는 어린이 관람객이 집중되며 축제장의 주요 소비층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적 성과로도 이어졌다. 축제장 직접 매출은 약 9억7천만 원으로, 2024년 3억1천700만 원 대비 약 3배 증가했다.
특히 지역 농가와 상인을 중심으로 축제장을 구성하고 외부 상인 유입을 최소화한 운영 방식은 ‘지역 내 소비 순환’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파머스마켓 매출은 2억1천만 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고, 일부 부스는 준비 물량이 조기 소진될 정도로 높은 소비가 이뤄졌다.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이 인근 상권으로 이동해 소비를 이어가는 등 지역 경제 전반으로 효과가 확산된 점도 눈에 띈다.
 
외부 관광객 비율이 73%에 달했다는 점 역시 중요한 변화다. 이는 축제가 지역 주민 중심 행사에서 벗어나 외부 관광객이 주도하는 관광형 축제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운영 측면에서도 ‘3無 축제(바가지요금.일회용품.차량)’를 내세운 질서 정착, 보행 중심 동선 구축, 기상 악화 대응 등 전반적인 관리 수준이 향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긍정적인 변화와 함께 개선 과제도 분명히 드러났다. 축제 초반인 4~5일에는 마라톤 대회와 각종 향우회 등 대규모 단체 방문이 겹치며 주차 공간 부족 문제가 발생했고, 실제로 관련 민원이 다수 제기됐다. 방문객 분산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가 도입됐음에도 특정 시기 혼잡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점은 향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축제 전부터 제기됐던 ‘패러다임 전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는다. 개.폐막식 축소와 콘텐츠 중심 개편이라는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실제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핵심 동력은 여전히 벚꽃과 유명 연예인 공연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축제의 본질인 ‘왕인 문화’를 얼마나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재구성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퍼레이드와 마당극 등 역사 기반 프로그램이 일정 부분 역할을 했지만, 기존 흥행 구조를 탈피할 만큼의 흡인력을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번 축제는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체류형 공간 조성과 가족 단위 콘텐츠 확대, 지역 경제와의 연계는 기존 관람형 축제에서 한 단계 나아간 성과로 평가된다.
 
영암군은 이번 축제를 통해 관광객이 머무르고 체험하는 흐름이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윤재광 영암군수 권한대행은 “이번 축제는 방문객 수를 넘어 공간 전체를 무대로 활용해 관광객이 머물고 소비하는 영암형 관광 모델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며 “앞으로도 환경과 안전, 지역 상생을 담은 축제 콘텐츠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
키워드 : 왕인문화축제 | 체류형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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