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잇따르는데 면허 반납 정책 효과 있나
검색 입력폼
 
지역사회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잇따르는데 면허 반납 정책 효과 있나

4·5월 70대 운전자 사망사고 연달아…안전 대책 점검 필요
‘면허 반납 = 불편’ 인식깨야…규제보단 이동권 보장 우선

최근 고령층이 관련된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초고령 농촌지역의 교통안전 대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삼호읍 한 교차로에서 비보호 좌회전 중이던 차량과 직진 차량이 충돌해 70대와 80대 여성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데 이어, 5월에는 군서면에서 70대 남성이 운전하던 사륜바이크가 경사로 아래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형태는 달랐지만 고령층 이동과 안전 문제가 지역사회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영암군은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대표적인 초고령 지역이다. 농촌지역 특성상 병원 진료와 장보기, 농작업, 각종 사회활동을 위해 차량 의존도가 높아 고령층 운전 역시 일상화돼 있다.
영암군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사고는 2023년 112건, 2024년 108건, 2025년 89건으로 집계됐다. 사고 건수는 다소 감소하는 추세지만 사망자는 최근 3년간 매년 4~5명 수준에서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 증가 자체를 문제로 보기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 현실에 맞는 안전정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 교통안전지수 하위권…도로 환경 개선도 과제
 
영암군의 교통안전 수준 역시 개선 과제로 꼽힌다.
2024년 교통안전지수는 78.78점으로 D등급을 받아 전남 군 단위 지자체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교통안전지수는 교통사고 발생 현황뿐 아니라 보행환경과 안전시설, 교통문화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다.
 
최근 군서면 사륜바이크 사고가 발생한 현장 역시 경사로 인근에 가드레일 등 추락 방지 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주민들은 고령 운전자 증가와 함께 농촌지역 특성에 맞는 교통안전시설 확충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지역주민은 “농촌은 승용차뿐 아니라 경운기와 농기계 등이 함께 다니기 때문에 도시와는 다른 교통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면허 반납 지원 확대에도 현실적 한계
 
영암군은 2019년부터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최대 2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원한다.
 
면허 반납 신청자는 2023년 92명, 2024년 102명, 2025년 105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암군은 전체 고령 운전자 수를 별도로 집계하지 않아 정확한 면허 반납률을 산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전남지역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률이 2%대 수준에 머무는 점을 감안하면 영암 역시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사고 위험성을 인지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유로 운전을 계속하는 고령층이 적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군서면의 한 어르신은 “읍내 병원을 가려면 차로는 20분이면 갈 수 있는데 버스를 이용하려면 배차시간까지 고려해 1시간이 넘게 걸린다”며 “나이가 들고 몸이 불편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차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암군 관계자는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을 위해 면허 반납 인센티브를 확대해 왔지만 농촌지역의 이동 여건상 자발적인 반납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실효성 있는 보완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면허 반납=불편” 인식 깨야
 
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 정책의 초점을 단순한 면허 반납에서 이동권 보장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는 면허를 반납하면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참여를 유도하고 있지만, 많은 고령층에게는 지원금보다 이동수단을 잃는 불편이 더 크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최근 전남 일부 지자체들은 보상금 지급을 넘어 이동 편의와 안전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여수시 등에서는 일반택시를 활용한 교통약자 이동지원 서비스를 운영하며 어르신들의 이동 불편 해소에 나서고 있다.
평상시에는 일반 영업을 하다가 교통약자의 이용 요청이 있을 경우 이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목포시와 해남군 등은 차선 이탈이나 전방 차량과의 간격이 지나치게 가까워질 경우 경고음을 울리는 운전자 보조장치 지원사업을 추진하며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암 역시 면허 반납 인센티브 확대 여부에만 집중하기보다 “면허를 반납해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고령 운전자 맞춤형 안전교육 확대 ▲위험 교차로 및 사고 다발구간 개선 ▲경사로.농로 등 취약 구간 안전시설 확충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 강화 ▲고령 운전자 보조장치 지원 확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교통 분야 전문가는 “고령 운전자 정책은 운전을 그만두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안전하게 이동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며 “면허 반납이 곧 불편과 고립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을 바꾸지 못하면 정책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에서는 운전을 하지 않으면 병원 진료나 장보기 같은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고령 운전자 문제를 개인 책임으로만 접근하기보다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
키워드 : 고령운전자 | 교통사고 | 면허반납정책 | 이동권보장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