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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공지능 기술이 단순히 문명의 이기(利器)를 넘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최고의 척도가 되었다는 사실에는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당대(當代)를 넘어 저 먼 미래까지 내다볼 때 그것이 우리 인류의 삶에 궁극적인 행복을 가져다줄 수는 없다. 오히려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파고드는 범위가 확대되면 될수록 그에 따른 문제점 또한 심각하게 노정(露呈)되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동화 시대인 만큼 로봇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차치(且置)하더라도, 알고리즘의 편향성이나 성별·연령별 인식 오류로 인한 피해와 그에 대한 책임소재의 부재, 사이버 보안 공격이나 무기화, 무분별하고 악의적인 딥페이크(deepfake) 남용 등 각종 사회·윤리적 폐해가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결국 국가적 차원에서 인공지능을 잘 통제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역량을 갖춘 인간 육성이 시급하다는 점을 반증(反證)한다.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란 ‘디지털 시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정보 이해 및 표현 능력.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여 원하는 작업을 실행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사전적 의미일 뿐, 오늘날 더욱 혼탁해져가는 디지털 환경을 고려해 볼 때, 진정한 ‘디지털 문해력’이란 편향적인 알고리즘이나 거짓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디지털 기기나 인공지능 기술의 선용(善用)을 가능하게 해주는 윤리적·비판적 태도와 사고 능력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전히 상급학교 진학과 취업에 매몰되어 있는 우리 사회 교육 현실로 볼 때 이러한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단초(端初)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영암향교 유명한 일화 중 하나로, 한자에 능통하여 두루 존경을 받았던, 지금은 고인(故人)이 되신 유림(儒林) 중 한 분이 지금도 회자(膾炙)되고 있다. 고인께서 영암향교를 출입하실 당시 후배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시자, 어느 후학 한 분이 “선배님은 어찌 그리 한자를 잘 아십니까?”고 어쭈었단다. 그러자 고인께서는 “내가 뭐 따로 특별히 배운 게 어디 있었겠나? 그저 어릴 때 서당 훈장을 하셨던 할아버지 밑에서 배운 게 전부라네” 하시면서, “한 글자라도 못 외우면 회초리로 손등을 어찌나 아프게 맞았는지 그때는 어린 마음에 할아버지 원망도 많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경험이 피가 되고 살이 된 것 같다네”라며 당시를 회상하곤 하셨다고 한다. 이는 어릴 때부터 뜻글자인 한자를 배우면 일찍 문해력이 길러져 전반적인 이해력과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지고, 특히 요즘 같은 인공지능 시대에는 디지털 문해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한다.
2026년 6월 5일(금)은 영암향교 역사상 뜻깊은 날로 기억된다. 바로 ‘꼬마왕인한문학당’ 입학식이 거행되었던 날이다. 그날 이후 매주 금요일 10시가 되면 35명의 5~6세 학동(學童)들이 초롱초롱한 눈빛과 청아한 음성으로 ‘사자소학(四字小學)’을 암송한다. “ ~ 욕보심은(慾報深恩), 호천망극(昊天罔極) ~ ,” 이제는 명륜당(明倫堂)이 효심 가득한 아이들의 기운으로 넘쳐난다. 머지않아 그 기운은 향교 담장을 넘어 영암의 거리와 골목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언제라도 금요일에 향교 한 번 들러주시면 좋겠다.
2026.08.1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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