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함으로 행복한 여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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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산로에서

지극히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함으로 행복한 여정을

정두배 세한대학교 휴먼서비스학과 교수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을 떠올려 본다. 알람 소리가 귀에 거슬리고, 해야 할 일들이 먼저 머릿속을 스친다. 우리는 그렇게 하루를 ‘의무’로 시작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눈을 뜨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커다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숨을 쉬고, 몸을 움직이고, 창문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너무 익숙해 소홀히 여겼던 그 작은 장면들이 사실은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토대이다.

사람들은 흔히 더 많은 성취, 더 높은 자리, 더 넓은 세상을 꿈꾸며 달려간다. 물론 발전과 목표는 중요하다. 그러나 행복을 미래의 어느 지점에만 묶어두면, 지금, 이 순간은 늘 준비 단계에 머물고 만다. “조금만 더 이루면”, “조금만 더 나아지면”이라고 미루는 사이, 오늘이라는 소중한 시간은 조용히 흘러간다. 행복은 도착지가 아니라 여정 속에 숨겨진 감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을 환히 밝히는 힘이 바로 감사함이라고 본다.

감사는 거창한 사건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소하고 반복적인 일상에서 더 자주 발견된다. 따뜻한 밥 한 끼, 제시간에 도착한 버스, 우산을 챙긴 덕분에 비를 피한 순간, 힘들 때 건네받은 짧은 위로의 말. 이런 장면을 당연하게 넘기지 않고 잠시 멈춰 바라보는 태도, 그것이 감사의 출발점이다. 같은 하루를 살아도 무엇에 시선을 두느냐에 따라 삶의 빛깔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감사의 힘은 마음의 방향을 바꾼다는 데 있다. 부족한 것에 초점을 맞추면 결핍은 점점 더 크게 느껴진다. 반대로 이미 가진 것을 돌아보면,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누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감사는 비교를 줄이고, 비교가 줄어들면 불필요한 경쟁과 열등감도 함께 옅어진다.

물론 삶이 항상 순탄한 것은 아니다. 예기치 않은 어려움과 실패, 관계의 갈등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이때 감사는 현실을 외면하라는 주문이 아니다. 오히려 고단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작은 가능성을 찾는 태도이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운 점 하나를 발견하는 것,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더라도 나의 마음을 돌아볼 기회를 얻었다고 해석하는 것. 그렇게 시선을 전환할 때 시련은 전부가 아니라 일부가 될 수 있다.

감사를 실천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고 여긴다. 첫째, 하루의 끝에서 세 가지 감사한 일을 적어보자. 길게 쓸 필요도 없다. “동료가 먼저 인사해 주었다”, “하늘이 맑아 기분이 상쾌했다.”, “몸이 크게 아프지 않았다”처럼 짧은 문장으로 충분하다. 기록은 생각을 구체화하고, 구체화한 생각은 감정을 안정시킨다. 며칠만 이어가도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서서히 달라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불평이 떠오를 때마다 질문을 던져보자. “이 상황에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문제를 부정하는 대신 성장의 기회로 바꾸는 힘을 지닌다. 교통 체증 속에서는 인내를,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는 성실함을, 실수 속에서는 겸손을 발견할 수 있다. 상황은 같아도 해석이 달라지면 마음의 무게도 달라진다.

셋째,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 보자. 고마움을 느끼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말과 행동으로 전해보는 것이다. 가족에게 “오늘도 고생했어”라는 한마디를 건네고, 동료에게 작은 도움에도 진심 어린 인사를 전해보자. 감사는 표현되는 순간 배가된다. 따뜻한 말은 관계를 부드럽게 하고, 공동체의 공기를 맑게 만든다.

또한 스스로에게도 감사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타인에게는 관대하면서 자신에게는 엄격하다. 작은 실수는 크게 자책하고, 성취는 쉽게 축소한다. 그러나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아낸 자신에게 “수고했다”라고 말해주는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 자기 인정은 존중의 씨앗이 되고, 그 씨앗은 어려움 속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길러내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감사는 삶을 단순하게 만들 수 있다. 더 많이 가지지 않아도, 더 크게 성공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한 부분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는 안주가 아니라 균형이다. 현재를 존중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태도, 그것이 성숙한 감사의 모습이라고 본다. 감사하는 사람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다만 그 안에서 빛을 찾을 뿐이다.

오늘 우리는 어떤 것을 당연하게 지나쳤는가. 물 한 잔의 시원함, 의자에 앉아 쉴 수 있는 여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짧은 통화. 그 작고 조용한 장면들을 다시 바라보는 순간, 우리의 하루는 새로운 빛을 얻는다. 감사는 특별한 날에만 필요한 감정이 아니라, 매일의 숨결 속에 스며들어야 할 생활의 태도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여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이미 주어진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지극히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삶을 여행하듯 걸어간다. 목적지에 닿기 전에도 기쁨을 누리고, 예상치 못한 길에서도 의미를 발견한다. 그렇게 감사는 우리의 평범한 하루를 특별한 여정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은 오늘,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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