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 “독(毒)이 든 성배(聖杯)를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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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산로에서

전남광주통합 “독(毒)이 든 성배(聖杯)를 들었을까?”

이진 전 완도군 부군수
2026년 7월 1일 전남과 광주는 통합이라는 역사적 결단을 통해 320만 전남광주특별시민의 희망과 꿈을 안고 통합특별시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한 뿌리였던 전남과 광주가 1986년 분리하게 된 것은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판단의 결과였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집권한 신군부는 돌아선 광주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전남도 소속이었던 광주시를 직할시로 승격시켜 분리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호남공동체를 의도적으로 분열시켰다는 비난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남과 광주는 분리된 이후 도시와 농어촌지역이라는 서로 다른 강점을 바탕으로 일정 부분 역할을 분담하며 호남발전을 이끌어 왔지만, 중복투자와 불필요한 경쟁, 광주시의 공간확장 한계, 전남의 상대적 소외 등 구조적 문제로 갈등 또한 지속되어 왔다.

이제 40년간 경쟁과 갈등의 역사를 끝내고 양 시도가 통합하여 출범하는 전남광주특별시에 대한 지역민들의 기대는 매우 크다. 정부에서도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5극 3특” 체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전남광주특별시에 대해 서울특별시에 준한 지위와 권한을 부여하고 매년 5조 원씩 4년에 걸쳐 20조 원의 재정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지역민들의 기대에 화답하고 있다.

그동안 역사적으로나 지역적으로 한 뿌리임에도 갈라져 살아왔던 전남과 광주가 다시 통합하여 지역발전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마냥 기뻐하고 환호할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남광주특별시의 성공은 정부의 지원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남과 광주가 통합함으로서 전남광주특별시는 인구 320만 명, GRDP(지역내총생산) 150조 원 규모의 초광역 경제권 형성, 광역교통망 및 산업인프라 확충, 행정기관 통합에 따른 행정 효율성 확보 등으로 전국 어느 광역단체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 이면에는 필연적인 갈등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가장 먼저 예상되는 갈등은 예산 배분을 둘러싼 구조적 갈등이 예상된다. 광주지역은 사람이 몰려 있는 도시 특성상 생활 편익시설 확충과 일자리 중심의 투자를 요구하는 반면 전남지역은 농어촌 생존과 직결된 농어업지원과 기반시설 확충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 분명한데 이는 단순한 정책 우선순위가 아니라 어느 지역도 양보하기 어려운 이해의 충돌이고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을 경우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심각한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벌써부터 정부에서 지원하는 20조 원의 투자처에 대해 민감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행정 내부 갈등도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전남과 광주가 분리될 당시 공무원들은 기구와 인력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 대규모 승진과 영전 기회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통합으로 인해 오히려 기존의 기구와 인력이 대폭 축소됨에 따라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와 불만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의 전남도청과 광주광역시청 조직간 자리와 권한을 둘러싼 치열한 갈등은 정책추진 자체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통합시 주청사 문제도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다. 통합시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행정안전부는 통합 특별시의 주사무소는 반드시 한 곳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음에도 통합특별법은 기존 광주시청사, 전남도청사(남악), 전남도 동부출장소(순천)등 3개 청사를 균형 있게 운영하라고 애매하게 규정함으로써 통합주청사 갈등의 단초를 제공했다. 필자는 오랜 기간 전남도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광역자치단체 청사를 3곳에 두고 광역단체장이 순회하면서 운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예산과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별 주청사 유치 논리를 들어보면 광주권에서는 역사성과 교통망을, 서부권은 행정타운 기반을, 동부권은 균형발전을 각각 내세우며 유치를 주장하고 있는데 나름대로 타당성을 갖고 있어 갈등 조정이 쉽지 않을 상황이다.

전남광주통합시대를 맞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전남광주 통합에 대해 “독이 든 성배를 들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통합은 분명 기회이지만 통합에 따른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더 큰 실망과 분열을 초래한다면 이러려고 통합했냐는 자조와 한탄과 함께 지역이 극심한 혼란에 빠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결국, 통합의 성패는 제도나 재정이 아니라 사람에게 달려 있다. 전남광주특별시민 모두가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지역의 먼 미래를 내다보고 대승적 차원에서 통합의 갈등을 슬기롭게 헤쳐나아가야 한다. 특히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치인이 책임있는 판단과 설득으로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의 방향을 올바르게 이끌어야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만 생각하고 지역 여론에 편승, 오히려 갈등을 확대해 지역이 분열되면 전남광주특별시의 미래는 기대와 달리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키워드 : 시도민들 | 전남광주통합 | 정부지원 | 참여와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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