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까지 이어진 폭염이 가시자마자 때아닌 가을 폭우에 30여 채의 주택이 침수되는 등 영암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 20일~21일까지 이틀간 미암면에 325.5㎜ 등 영암군 평균 260㎜의 집중호우가 이어 지면서 미암면·삼호읍·학산면 일대 주택, 상가, 농지 등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학산면은 망월천이 범람하면서 신안마을 전체에 대피령까지 내려지는 등 마을 곳곳이 물에 잠겼다.
242㎜의 집중호우로 제방이 무너지면서 넘쳐 흐르는 하천물에 빗물이 더해져 학산면 일대를 휩쓸었다.
몇몇 주택가는 거실까지 침수돼 온 집이 진흙투성이가 됐고, 농가들은 토사유출은 물론 모종이 휩쓸리고, 농기구들도 떠내려 갔다.
독천 오일시장 일대 상가에도 순식간에 물이 차올라 가구들이 물에 잠기는 등 흙탕물에 아수라장이 됐다.
학산 터미널 근처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는 “전날도 비가 내렸지만 물이 차지는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생전 이런 폭우는 처음 봤다”며 “미용 용품들이나 기구들이 한 두푼도 아니라 다 옮기려고 했지만, 걷잡을 수 없이 물이 차올라 내 몸 하나 건지기 바빴다”며 당시 위급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지금 전자제품이나 나무 가구들, 미용용품들이 다 진흙 물을 먹어 먹통이 됐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힘들게 버텨나가고 있는데 재해로 가게가 쑥대밭이 돼버리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폭우로 인한 피해는 전남 일대에서도 속출했다. 인근 장흥에서는 21일 오후 6시 27분께 89세 남성이 자활센터에 간 아내가 돌아올 시간에 맞춰 마을 입구로 마중 갔다가 급류에 휩쓸려 배수로에 빠져 숨졌다.
수확을 앞둔 7700여ha의 벼가 쓰러졌고, 닭·오리 44만여 마리도 폐사하는 등 재산상 피해액만 최소 3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한편 영암군은 일요일인 22일, 군 공직자 전체가 비상근무에 나서고, 의용소방대·자율방재단, 자원봉사단 등 900여 명을 동원해 피해가 컸던 삼호읍과 학산면을 중심으로 대대적 응급 복구를 실시했다.
이들은 상가와 주택 등 침수지역의 남겨진 진흙부터 빗물이 남아있는 가정의 방안까지 청소하며 수재민들의 일상 복귀를 도왔다.
이날 복구로 상가·가정 210곳, 농지 812ha, 도로 26곳 중 13곳, 하천 12곳 중 2곳의 피해를 수습했다.
나아가 예비비 확보·투입으로 2차 피해를 막고 상황 발생 현장 피해 조사 결과를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에 입력해 영암군민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게끔 조치할 방침이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수해를 입은 분들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지역사회 역량을 총동원해 응급 복구에 나섰다. 남은 피해 복구도 철저히 해내고,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는 보상이 이뤄지도록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