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월드컵 그 간절함의 기록
2018년 월드컵 그 간절함의 기록
  • 영암군민신문
  • 승인 2018.12.2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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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말이 되면 다사다난했던 한해라는 말로 이야기를 꺼낸다.
올해역시 한해를 돌아보면 꽤 많은 일이 있었다. 괴로웠던일도 슬픈일도 많았고 기쁜일, 희망적인 일도 많았다.
그 중 손에 꼽히는 이슈가 있었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손을 잡았던 일, 공공기관 채용비리, 남북화해 무드에 힘입어 함량 미달의 정치인도 특정당 공천만 받으면 손쉽게 당선이 됐던 6.13지방선거, 안희정 전 지사의 정치적 몰락을 가져왔던 미투 사건,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중국발 미세먼지, 폭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비정규직 대량 해고 사태 등이 있겠다. 열거한 것을 보니 대부분 유쾌한 이야기는 안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준비했다. '즐거운 축구이야기'.
왕년에 생활체육축구 3급 심판 자격을 가졌던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사실 올해 월드컵이 있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은 상당히 재미있는 이슈를 만들어낸 대회였다. 한국이 조별리그 탈락했는데 무슨 이슈가 있었겠는가 하겠지만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불가능에 도전했던 11명의 이야기이다.
시간을 지난 6월로 돌려보자.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던 대한민국은 이미 2패로 탈락이 거의 확정적이었고, 마지막 경기를 독일과 앞두고 있었다. 이때 대한민국이 16강에 가려면 멕시코가 스웨덴을 이겨야 하고 대한민국은 반드시 독일을 2골차 이상 득점으로 이겨야 했다. 어느 조건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먼저 멕시코가 스웨덴을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결정적으로 피파랭킹 1위 독일을 랭킹 57위 대한민국이 1점차 승리도 아니고 2점차 이상 다득점으로 이겨야 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야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겠지만 외국의 도박사이트는 냉정하게 한국의 승리 배당률을 80배로 결정했다. 1만원을 걸면 80만원을 받는다는 말로, 쉽게 말해 ‘이길 턱이 없다’는 뜻이었다.
객관적인 지표만 봐도 통산우승 4회, 전대회 우승팀, 피파랭킹 1위, 월드컵 통산랭킹 2위(1위는 브라질) 대 16년전 반짝 4강팀, 피파랭킹 57위, 월드컵 통산랭킹 26위의 싸움은 누구라도 독일의 승리를 점치게 돼 있었다. 게다가 상대전적은 독일이 2승 1패로 앞서고 있었고, 타이틀이 걸린 경기에서는 모두 독일이 이겼다.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그나마 동그란 공 하나에 22명의 전사들이 가로 100m, 세로 70m의 울타리 안에서 90분간 싸운다는 공평한 점을 제외하고는 압도적으로 불리한 입장이었다. 독일이 거의 90분간 대한민국의 골문을 두드릴 때까지 모두들 그렇게 끝날 줄만 알았다. 그런데, 90분을 넘기고 추가시간 1분이 지났을 때 독일의 수비수가 딱 한 번 실수를 했다. 그 한 번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수비수 김영권이 툭 차넣은 것이 독일의 골망을 흔들었고, 결승골이 됐다.
다윗이 골리앗을 잡는 순간이었다. 골을 넣은 수비수 김영권은 90분간 그야말로 육탄 방어를 했다. 독일의 파상공세를 막으면서 PK를 주지 않기 위해서 수비를 할 때 마다 뒷짐을 지면서 양팔을 숨겼다. 손에 공이 맞아 PK내주는 상황 자체를 막기 위해 두 발, 몸통, 머리 등 쓸 수 있는 신체를 모두 써가면서 막아냈던 것이다.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으려고 온몸을 던진 그에게 국민들은 감동을 받았다.
이날 대한민국은 두껍고 무거운 방패 뒤에 숨어 수없이 날아드는 창과 칼을 막아내며 결정적인 순간에 날카롭게 벼려진 단검으로 상대방을 제압한 검투사와 같았다. 일격을 당한 독일은 골키퍼가 골문을 비워두고 공격에 나설 정도로 마지막 총공세를 펼쳤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되어 손흥민에게 최후의 일격을 당하며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대한민국 선수들을 벅찬 승리의 감격에 울었고, 잠시 후 16강 진출 실패의 소식에 또 울었다. 이날 대한민국은 16강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월드컵의 역사책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월드컵 80년 역사에서 전차군단 독일팀을 조별리그에서 탈락시킨 첫 번째 나라로. 이 경기가 얼마나 치열했고 놀라웠는지 세계 유수의 언론에서 2018년을 장식한 최고의 경기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경기를 평가하면서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간절함’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두 팀 모두 포기할 수 없는 경기였지만 대한민국의 간절함이 더욱 컸다며 대한민국의 열정에 박수를 보냈다. 결과론으로 보면 실패한 대회였지만 단 한 경기로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던 경기이기도 했다.
2018년 월드컵에서 승리를 원했던 우리 선수들처럼, 독자 여러분도 2019년에는 바라는 일을 정말 간절하게 갈구하고 노력해서 올해보다 나은 성과를 거두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축구 이야기였다. 남은 기간 잘 마무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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