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학자 우재(愚齋) 이원형의 氣의 고장 靈巖을 말하다
향토사학자 우재(愚齋) 이원형의 氣의 고장 靈巖을 말하다
  • 영암군민신문
  • 승인 2019.03.08 15:58
  • 호수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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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공존 속 450년 間斷없이 이어져온 대동계에 鳩林精神 흐르고…"

월출산 국립공원이 있는 영암은 기(氣)의 고장이다.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월출산은 예로부터 시인 묵객들의 절찬을 받아왔다. 복잡한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웰빙과 영암의 기(氣)는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영산강 물막이 공사로 생긴 간척지에 조성된 대불국가산업단지가 있는 영암은 호남지역에서는 보기 드물게 역동적인 고장이다.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아 수려한 자연환경 속에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가 오롯한 기(氣)의 고장 영암을 소개한다.

Ⅲ. 영암의 문화유산, 영암인의 생생한 삶의 자취

호남 명촌 구림마을, 대동계에 담긴 鳩林精神

회사정

흔히 태인 정토산 아래 수금마을과 나주 금성산의 금안동 그리고 월출산 서쪽의 구림마을을 호남 3대 명촌이라 한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월출산 서쪽에 구림마을이 있는데 신라 때 명촌’이란 기록으로 보아 구림마을의 오랜 명성을 알 수 있다.
월출산 서쪽 자락에 위치한 구림전통마을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과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다.
구림은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고 있는 특이한 공간이다. 그래서 한편으론 무질서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과거와 현대의 전혀 다른 두 시대가 공간적으로 묘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고 있음을 금방(시간적) 처처(공간적)에서 느낄 수 있다. 구림마을은 우선 친근하고 자연스럽다. 구림마을을 걷노라면 그 익숙함에 매료되지만 마을이 담고 있는 진면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된다.

육우당

구림에는 남도 팔대정자인 회사정, 담양 면앙정 시가단, 창평 성산 시가단과 함께 호남 3대 시가단의 하나인 간죽정을 비롯하여, 문곡 김수항이 작명한 죽림정, 형제간 우애의 상징 육우당, 죽정서원, 서호사, 죽정리 돌담길, 조종수 가옥, KBS 1박2일의 촬영지인 안용당 등 곳곳이 문화유산의 보고이다.
이 마을에 살았던 사람들의 면면과 그들이 남긴 삶의 흔적 그리고 서로 다른 성씨들이 한 공간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그 오랜 세월 동안 마을의 성세를 지속해 온 저력을 보면 구림마을에는 무언가 특별한 기운이 있을 것 같다.

간죽정

우리나라의 이름 난 마을은 대체로 같은 성을 가진 동성(同姓)마을이다. 이러한 동성마을은 동일조상을 구심점으로 선조에 대한 기제사와 시제를 통하여 혈연으로 연결된 친족으로 구성되어 비교적 수월하게 마을공동체를 유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구림마을은 낭주 최씨, 함양 박씨, 창녕 조씨, 선산 임씨, 연주 현씨, 해주 최씨 등 다양한 성씨들이 혼거하는 마을이다. 이런 이성(異姓)을 가진 사람들이 천년을 넘게 한 마을로 공동체를 이루면서 어떻게 그 오랜 동안 마을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그 이면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대동계사

이에 필자는 향약(鄕約)에 기반을 둔 이른바 ‘구림정신(鳩林精神)’에 주목한다. 구림마을에는 무려 450년을 간단없이 이어온 대동계가 있다. 향약은 풍속을 순화하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하여 덕업상권(德業相勸, 덕을 서로 권장함), 과실상규(過失相規, 잘못을 서로 꾸짖음), 예속상교(禮俗相交, 예를 서로 나눔) 환난상휼(患難相恤, 곤란을 서로 도움)을 덕목으로 하는 중국의 여씨(呂氏) 향약을 주희 등이 발전시킨 것이다. 조선 중종 때 조광조 등이 향촌의 자치조직으로서 향약을 시행하여 향촌에 유교윤리를 구현하고 향촌사회의 안정을 달성하려 했다. 구림에서도 1565(명종 20년)년에 화민성속(化民成俗)을 목적으로 향약덕목을 지역실정에 맞게 재구성하여 자치적 교화단체인 대동계를 만들었다. 구림대동계는 1609(광해군 원년)년 상장상부(喪葬相賻), 환난상구(患難相救), 과실상규(過失相規), 보미수합(補米收合), 유죄출계(有罪黜契) 등으로 계규를 재정비하였다. 그 후 구림 대동계는 몇 번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창설 이후 45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는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 최장(最長)의 마을대동계이자,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사적결사체이다. 이러한 역사적, 학술적, 사료적 가치에 국내외의 역사학계 주목은 차치하고 우리 모두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안용당

구림마을은 주민들이 스스로 자치규약을 만들어 인간사회에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갈등과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하며 성숙한 공동체의식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화합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하였다. 지금 우리는 주권재민의 정치사상에 근거하는 지방자치를 실행하고 있다. 몇 번의 선거를 치르는 동안 우리나라 모든 지자체는 선거과정에서 생겨난 대립과 갈등, 지역의 분열 등 만만치 않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구림 대동계가 계원의 이익을 넘어 마을의 미풍양속을 지키고 주민의 화합을 도모해 온 한 상생정신(이른바 필자가 구림정신이라는)을 반면교사로 삼아 지역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의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데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죽림정

조선시대에는 향약을 기반으로 하는 각 마을의 대동계를 국가가 적극 권장하였고, 사적결사임에도 얼마간의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이른바 향촌의 자치조직의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에 많은 계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그 많던 계는 대부분 소멸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늘 날 우리가 구림 대동계를 주목한 이유는 그 장구한 세월동안 간단없이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이룬 생생한 실체로서의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구림 대동계는 구림과 영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유산임에 무궁한 긍지를 가지고 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금 구림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다. 필자는 이 계획의 실현에는 구림대동계의 존재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리라고 단언한다.
또한 고죽 최경창과 기생 홍랑의 가없는 사랑을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각색하여 문화 콘텐츠하면 조야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오리라고 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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