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에 대한 단상
지역축제에 대한 단상
  • 영암군민신문
  • 승인 2019.05.17 14:17
  • 호수 56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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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천<br><br>영암군의원(학산, 미암, 서호, 군서)<br>학산면 유천마을 농부<br>전남대 사회학과 졸업<br>정의당 영암군지역위원회 부위원장<br>
김기천

영암군의원(학산, 미암, 서호, 군서)
학산면 유천마을 농부
전남대 사회학과 졸업
정의당 영암군지역위원회 부위원장

축제의 계절이 저물어가고 있다. 작은 규모의 읍·면민의 날 경로잔치부터 올해 첫 걸음을 뗀 월출산 유채꽃축제 그리고 우리 영암의 대표축제인 왕인문화축제까지 3월부터 두 달 가까이 영암이 들썩거렸다. 초가을부터 시작될 유기농 토하축제, 마한축제, 무화과축제, 메밀축제, 국화축제 및 소박한 마을축제까지 보태면 한겨울 빼곤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을 만큼 흔한 게 축제다. 게다가 각 사회단체 한마음대회까지 합쳐서 본다면 축제에 살고 축제에 죽는(?)게 지역현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축제의 의미나 값어치를 소홀하게 다룰 일도 아니다. 축제는 지역주민들의 연대와 단합을 이루는 강력한 매개체이다. 또한 농경사회의 오랜 전통을 일깨워 자긍심을 고취하고 노동과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유쾌하고 활력 넘치는 휴식과 치유까지 선물해주니 이만한 즐길거리가 또 있겠나 싶다. 그러나 넘치는 게 모자람만 못하고 방향과 목표를 잘못 잡은 결과는 길을 잃게 만든다. 나는 지역축제에 대해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첫째, 왜 다 똑같을까? 사실 축제에 대한 가장 큰 의문은 똑같은 축제를 왜 하는가이다. 비단 우리지역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요란하고 떠들썩한 개·폐막행사, 음식 및 판매대를 장악한 외부 상인, 어디선가 본 듯한 프로그램 구성, 관례화된 공무원과 지역민의 동원체계, 관람객수와 지역경제 파급효과 부풀리기 등 너무나 익숙한 풍경들이다.
둘째, 누가 누구를 위해 축제를 만드는가? 첫 번째 질문의 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축제는 주체인 주민이 참여하고 즐겨야 옳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주체인 주민이 동원되고 희생과 봉사를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 그 대신 지역의 역사와 전통, 숨은 자원에 누구보다도 잘 아는 지역민의 아이디어가 축제 레퍼토리를 구성해야 한다. 주민이 변방의 구경꾼이 아닌 모든 공간과 무대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 주민을 앞장세우고 행정이 뒤를 떠받치는 협치와 협력 모델이 지역축제에서는 더더욱 필요하다. 그래야 서로 다른 축제, 색깔이 분명한 축제, 무엇인가 특별한 축제의 장을 열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지역 특유의 자원(amenity)는 어디에 있는가? 지역이 품고 있는 유·무형의 자원은 축제의 치장거리 정도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축제의 정신과 내용, 형식의 줄기를 이루는 고갱이 대접을 해야 하는 것이다. 아주 제한적인 경우에만 외부자원의 도움과 협력을 얻는 것이 옳다. 이를테면 대규모 외부 음식부스같은 경우는 불러들이지 않는 것이 낫다. 축하무대든 공연이든 부스 운영이든 지역의 힘으로 감당하면 좋겠다. 이번 왕인문화축제의 가장 성공적인 요소가 바로 이 정신이었다고 본다. 축제장 곳곳에서 지역자원과 인물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는 평판이 많았다. 후미진 뒷마당에서 펼쳐진 기예무단 공연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까닭이 무엇이었겠는가?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다른 축제란 무엇일까? 몇 가지 사례를 찾아보았다. 충북 제천시 수산리 제비마을. 농가 대부분이 친환경농사를 하는 이 마을에 해마다 찾아오는 제비수가 1천마리에 달한데 제비집 문패를 달고 제비집 아래 분변받이를 설치하는 등 귀찮은 일을 감당하며 제비를 불러들였다. 그 결과 제비가 '박씨'를 물고 왔는데 그것이 바로 연간 3만명의 관광객이었다. 제비를 보기위해 찾아오는 것이다. 마을안 달팽이가게에서는 지역대표 약초뿐만 아니라 지역농산물을 판매하여 적지 않은 소득을 얻고 있다. 우리지역 군서 월산과 학산면 학산초등학교에서는 한여름밤 별빛축제를 한다. 말 그대로 밤하늘 아래서 별빛을 올려다보며 지역민과 학생, 학부모들이 웃고 까불고 먹고 논다. 올해로 네 번째 맞는 유기농 토하축제도 있다. 축제기획부터 농민과 청년, 문화기획자 귀농인 등 지역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댄다. 지역장터, 짚공예체험장, 벼논 메뚜기 잡기, 냇가에서 토하 관찰하기, 트렉터 수레 따고 황금 들녘 마실하기 같은 소소하면서도 알뜰한 소재로 오는 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 세 가지 축제의 소재를 보면 제비, 별빛, 토하로 단순 소박 그 자체다. 그런데 지역주민이 직접 나섰다는 점, 먹을거리 볼거리, 체험거리 모두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무대에서는 노래좀 한다는 동네가수가 흥겹게 놀고 지역대학 마술사가 현란한 마술로 눈을 못떼게 만든다. 전원풍경, 문화자원, 사람, 음식 이야기 등 지역내 모든 자원(amenity)을 축제라는 공간 안에 충실하게 녹여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사실 얼마 전에 끝난 월출산 유채꽃 축제를 주의 깊게 살피며 안타까운 마음에 조마조마했다. 이미 지역언론을 통해 여러 논쟁을 공유하고 있는 터라 앞에서 밝힌 다양한 문제의식을 활용해 몇몇 대안을 제시해보고 싶다.
반드시 규모가 크고 요란스러워야 하나? 많이 찾는 축제가 성공한 축제인가? 아니다. 작은 축제, 조용한 축제로 방향을 다시 설정하면 어떨까 싶다. 찬란한 신록이 번져가는 봄 월출산을 배경으로 샛노란 유채꽃을 주인공삼은 경관축제인 만큼 천천히 걷고 차분하게 즐기며 밤이 깊도록 풍경을 음미하는 축제를 상상해보자. 사흘내내 국립공원을 들썩이게 한 트롯트와 장고소리는 월출산에도 예의가 아니다. 월출산 밤마실, 밤하늘 달빛아래 꽃구경, 야간산행, 밤 氣찬묏길 산책처럼 밤과 풍광을 한번에 감상하게 하는 축제 컨텐츠를 연구해야 한다.
셰프 컬렉션과 농산물 경매를 도입하면 좋겠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사전경연을 통해 셰프를 선발하여 축제장 음식부스를 구성하는 파격이 필요하다. 제철 나물과 토속요리로 상차림한 할머니 밥상은 필수다. 메밀과 유채를 소재로 한 음식, 중화요리, 장어요리, 표고버섯 요리 우리밀 분식 샐러드 봄꽃을 활용한 푸드 아트 등 차림표는 무궁무진하다. 월출산 유채꽃 아래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의 향연이 펼쳐지면 좋겠다는 뜻이다. 지역농산물 경매장터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 것이다. 4월이면 토마토 딸기 봄나물 열무 장어 각종 꽃 등 제철 농산물과 고구마 감가공품 친환경쌀과 잡곡 등 경매장을 채울 농산물은 많다. 로컬푸드 직매장을 훌륭하게 운영해온 영암농협의 장점이 바로 이런 데서 빛을 발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유채밭 한가운데 생태연못을 조성한 뒤 축제날 물을 품고 장어나 미꾸라지를 잡는 진풍경도 연출해볼 만하다. 드론사진 촬영경연, 유채꽃을 활용한 아트상품과 음식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축제예산은 대규모 축하행사나 홍보에 지출하는 대신 지역민과 생산자의 참여를 독려하는 장려금으로 사용하는 게 맞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 축제의 주체는 누구인가? 농협이 제 힘으로 나서야 한다. 이사 감사 대의원이 발벗고 직원들은 소매를 걷어올려야 한다. 지금부터 조합원 역량을 발굴하고 강화하는 데 나서야 한다. 그것이 성공축제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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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숙 2019-05-19 16:04:16
공감가는 말씀입니다. 영암의 색깔과 특징을 살릴수 있어야 하고...
지역민들이 모이고 즐길수있는 축제라면 좋겠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