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루머에 열광할까?
왜 우리는 루머에 열광할까?
  • 영암군민신문
  • 승인 2019.10.11 14:56
  • 호수 5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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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태<br><br>전 전남도 행정부지사<br>행정학박사
배용태

전 전남도 행정부지사
행정학박사

요즘 세상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조국 정국'이라 할 수 있다. 조국이라는 단어가 방송, 신문 등 언론뿐만 아니라 뭇 대중의 밥상머리 술상머리의 말 안주로서 가장 높은 대접을 받고 있다. 한마디라도 거들지 않으면 곧장 동아리에서 소외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특정 화제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빠저드는 예는 별로 보지 못했다.
언로가 열리고 건설적 대화가 오고가는 것은 발전된 민주사회로 가는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특정 화제(조국)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의 내용을 들어다 보면 팩트 보다는 루머, 진실보다는 의혹에 더 빠져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 우리는 루머나 의혹에 더 열광하는 것일까. 우리 모두는 그럴듯한 소문을 만들어 내고 이를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매일 52분을 가십(신문, 잡지 등에서 개인에 대해서 소문이나 험담 따위를 흥미본위로 다룬 기사)을 읽는 데에 소비한다고 한다. 우리는 왜 소중한 시간을 인생에 대해 질문하고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교환하는데 쓰는 대신 남에 대해 이야기하며 보내는 걸까.
미국 듀크 대학교 심리학과 마크 리어리 교수는 "소문을 나누는 것은 본능"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삶이 집단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주변을 알아야 한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누굴 믿고 누굴 믿으면 안 되는지, 누가 규칙을 깨는지, 누가 누구랑 친한지 등 정보는 많을수록 좋다. 예를 들어 동료에게서 조직에 곧 인원 감축이 있을 것이란 소문을 듣는다면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등 미리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가십의 순기능은 우리의 생존을 돕는다.
또한 소문을 공유하는 것은 유대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2014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나온 연구에 따르면 가십에는 집단 내부의 협력을 강화하고 구성원들의 이기심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소문은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관한 것 그러나 대상이 되는 사람에 대한 정보만 주는 것은 아니다. 소문은 그 소문을 이야기하는 사람 자체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그 사람이 가십을 전하는 태도 방식 등을 보면 그들이 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알 수 있다. 그들이 비밀을 공유할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도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소문은 순기능이 있는 반면에 때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역기능이 있다. 때때로 소문의 대상은 물론 유포자에게도 불이익이 닥친다. 정보를 나누는 것은 중요하지만 반드시 선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채근담의 어록에 보면 '한 마디의 말이 들어맞지 않으면 천 마디의 말을 더 해도 소용이 없다. 그러기에 중심이 되는 한 마디를 삼가서 해야 한다. 중심을 찌르지 못하는 말일진대 차라리 입 밖에 내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의 바람직하지 않는 관행으로 나뿐 소문, 의혹 부풀리기가 있다. 특히 언론의 경우 확인된 사실만 써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철칙을 어기고 의혹이 제기된 상태에서 기사화하는 관행이다. 카더라 저널리즘 혹은 아니면 말고 식 보도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이런 관행의 약점 때문일까, 문제된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종종 언론의 문제 제기를 부정확하고 악의적이라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의혹은 더 꼬이게 되고 혼돈을 겪는 것은 오로지 국민과 독자의 몫이 된다.
의혹이 사실이면 정의를 묻고 거짓이면 의혹을 제기한 측의 동의를 구해 없던 일로 돌려야 한다. 그런데 그럴 사람이, 그런 환경이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 혹은 그런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사회의 의혹 해결 능력 부재, 선진 갈등관리 모델의 부재, 더 나아가 거대 담론의 소화 능력 부재가 아닐까.
발굴된 의혹이나 소문은 많은데 제대로 순기능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별로 안 보인. 의혹은 검증이 아닌 정쟁의 재료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의혹을 제기한 사회는 깨어 있는 사회이다. 의심할 가치와 진실을 꿈꿀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의혹이라는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선진사회를 만들어 가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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