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노인 활기찬 노후
당당한 노인 활기찬 노후
  • 영암군민신문
  • 승인 2019.12.06 14:54
  • 호수 5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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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br>前)영암군 신북면장<br>前)전라남도 노인복지과장<br>前)완도부군수
이진
前)영암군 신북면장
前)전라남도 노인복지과장
前)완도부군수

며칠전 필자가 살고있는 아파트 노인회장으로부터 아파트 경로당 개소식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을 받았다. 생각해 보니 벌써 내가 노인회원이 되는 나이가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노인이 된다는 것은 먼 훗날의 일로 치부하고 살아왔는데 경로당 개소식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을 받고 보니 새삼 세월의 빠름과 함께 누구도 세월의 흐름을 비켜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노인세대는 격동의 한국현대사 한복판에서 역경과 고난을 헤쳐 나온 세대다, 한국전쟁, 4·19혁명, 5·16군사쿠데타,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 10·26사태, 그리고 신군부의 군사독재 등 정치적으로는 암울했고 경제적으로는 급격한 산업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들보다는 다음 세대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온갖 희생을 다하며 살아온 세대다. 그러다 보니 젊은 시절 제대로 취미생활 한번 못해보고 자신들의 노후대책도 마련하지 못해 지금은 무료하고 경제적으로 힘든 생활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이처럼 어려운 시대를 헤쳐 나온 노인들에게 보답하는 여러 가지 노인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자치단체에서도 지역특성에 맞는 노인복지시책을 펼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노인복지사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생산적인 복지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업들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들에게 주는 현금수당이나 목욕티켓 확대지급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복지사업 중에서 현금을 나누어 주는 사업만큼 집행하기가 편하고 정치적 효과가 높은 사업도 없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후보시절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공약으로 내 걸어 당선되었고 지방선거에서도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현금지급 복지공약을 내 걸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금 퍼주기 복지사업은 생산적이지 못하고 재정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신중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다른 사업과는 달리 복지사업은 한번 시혜를 베풀게 되면 어느 누구도 정치적 부담을 안고 중단시키기가 쉽지 않은 사업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같은 재정부담을 하면서도 생산적이면서 노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만족도도 높일 수 있는 사업으로 노인일자리사업 확대를 권장하고 싶다. 건강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욕구조사를 해 본 결과 노인들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일을 하는 것이고, 일을 하고 싶은 이유는 용돈마련, 건강유지, 사회참여를 통한 만족도를 얻기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현재 자치단체마다 시행하고 있는 노인일자리 사업을 보면 대부분 공익형 사업으로 쓰레기를 줍거나 거리교통질서 안내 등 일회성, 단순노동에 한정되고 있어 참여노인들에게 자긍심과 보람을 주지 못하는 형식적인 사업에 그치고 있다. 또 이러한 사업들은 일자리 사업 담당자들이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사업들이다. 지속가능하고 실질적인 노인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민간형일자리사업', '시장형일자리사업', '인력파견일자리사업' 등을 확대해야 한다.
민간형일자리는 기업체에서 노인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만들어 노인들을 채용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시장형일자리는 지역 특산품이나 시골의 솜씨좋은 할머니들이 만든 고향상품을 판매하거나 기업과 연계하여 제품조립이나 포장 등을 하는 공동작업장을 운영하거나 노인들이 사업단을 만들어 소규모 매장 등을 운영하게 하는 사업이다. 인력파견일자리는 오랜 기간 교육, 문화, 예술 등 여러분야에서 경륜을 쌓은 노인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말한다.
물론 이러한 일들이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체의 이해와 협조를 얻어야 하고, 사업단 조직 구성, 유통판매망 등을 구축해야 하며, 재능을 갖고 계신분들의 인력풀을 만들고 이들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기업, 학교, 단체들과 연결을 해 주어야 한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누구나 다 할 수 있고 현금복지사업처럼 지금 누구나 다 하고 있다. 생산적인 노인일자리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해 이웃 자치단체에서는 예산을 투입하여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인 '시니어클럽'을 설립, 노인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고 있다. 격동의 한 세월을 살아오면서 후대들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헌신한 노인들에게 많지도 않은 노인수당, 목욕티켓 몇장 나누어 주고 노인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 한다면 이는 노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된다.
거동이 불편하고 일하기 어려운 노인들에게는 수당도 많이 드리고 충분한 복지시혜를 베푸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에 일 할 의욕이 있고 일 할 능력이 있는 건강한 노인들에게는 일자리를 드리는 것이 최상의 복지정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건강한 몸으로 일터에서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취미생활도 하고 손주들에게 용돈도 줄 수 있는 당당한 노인들이 많아질 때 우리 영암군은 보다 더 건강해지고 당당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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