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미암면에서 맞는 설날은…
내 고향 미암면에서 맞는 설날은…
  • 영암군민신문
  • 승인 2021.02.05 16:52
  • 호수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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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태<br>미암면장
김만태
미암면장

설날이 금방입니다.
설날이 언제부터 우리의 큰 명절이었는지는 정확하지 않답니다. 조선시대에 설날과 한식, 단오, 추석을 4대 명절로 정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적어도 조선시대 이전부터 명절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역사학자들은 아예 삼국시대 때부터 설날의 풍습이 이어져왔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가히 민족의 대(大) 명절다운 역사라고 할 수 있지요.
설날의 어원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새해의 첫마디’이자 ‘새해의 첫날’이란 의미네요. 또 어떤 이는 ‘삼가고 조심하는 날’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해가 바뀌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첫 날이 설이고, 이 때 나이도 한 살을 더 먹게 되는 날이니 당연한 말이겠지요. 이런 점에서 설날은 즐거운 대 명절이자 경건한 날이기도 합니다.
설날엔 아침 일찍 일어나 정갈한 옷차림으로 정성스럽게 차례상을 준비하고 차례를 지냅니다. 차례가 끝나면 부모님께 절을 올리고 형제들 모두 모여 새해 덕담을 나눕니다. 명절 음식을 나눠먹은 뒤에는 조상님 산소를 찾습니다. 그런 다음 이웃과 친척들을 찾아 세배를 올립니다. 윗마을서 아랫마을까지 세배를 하다보면 어느덧 늦은 오후가 되곤 합니다. 이때부터 윷놀이, 연날리기, 널뛰기, 팽이치기 등 민속놀이가 이어지지요.
7~80년대, 지독히도 없이 살았던 시절에도 마을마다 각종 품앗이가 예사였습니다. 김장철이면 동네 아낙들이 서로의 집을 오가며 김장을 같이하고, 그 김장김치를 이웃과 함께 나눴습니다. 추석과 설 명절이면 송편과 떡국을 만들어 이웃과 나눠먹습니다. 특히 설날에는 어르신들께 합동세배를 드리면서 윗사람을 존경하고 아랫사람을 존중하는 ‘상경하애’의 정신을 실천하며 한 가족처럼 화합하고 단합했던 시절이 정말 그립습니다.
요즘 쓰는 “라떼는 말이야!”식의 얘기는 결코 아닙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연륜이 쌓이며 지혜와 노련함을 배웁니다. 지혜는 삶의 노하우가 되고 전통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또는 동문회 같은 모임에서 연륜을 쌓으며 얻은 삶의 지혜와 노하우를 지나치게 강요하다보면 구식이 됨을 잘 압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생각과 행동이 다른 후배들에게 “라떼는 말이야!”만 외치다보면 세대차이만 실감할 뿐 의사소통은 동맥경화에 걸리고, 화합과 소통의 분위기는 멈춰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윗사람이 자신의 삶의 경험을 아랫사람에게 지나치게 강요하지 말아야 하듯이, 아랫사람 역시 혹독한 고난을 이겨내고 지역사회의 발전과 화합을 위해 헌신해온 역할을 존중하고 존경해주는 분위기도 꼭 필요합니다. 선배는 앞에서 끌고 후배는 뒤에서 밀며, 때로는 후배들이 앞장서고 선배들은 든든하게 밀어주는 지역사회야말로 건강합니다.
‘코로나19’로 우리 모두의 시계가 멈추었던 지난 한 해에도 미암면의 기관사회단체지도자와 면민들께서는 여러 지역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등 슬기롭게 대처했습니다. 특히 아름다운 미암면을 만들기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구절초100리길’을 조성하였는가 하면, 코로나가 창궐하던 때 천리길을 뚫고 달려가 도농(都農) 자매결연단체인 시흥시 정왕4동에 면민의 정이 듬뿍 담긴 김장김치와 황토고구마, 간척지 쌀 등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생각할수록 훈훈하고 행복했던 한 해였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이번 설날은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지 1년 만에 맞는 대 명절입니다. 아직도 살얼음판을 걷는 듯 방역에 소홀함이 없어야겠지만, 이번 설날 우리 미암면이 자랑하는 상경하애의 전통을 되살리고, 면민 모두가 가족처럼 화합하고 단합하는 설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 추석명절도 그렇게 보냈듯이 이 번 설날에도 미암면의 기관사회단체지도자들이 앞장서 작은 선물꾸러미라도 사들고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찾아뵈어야겠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귀향을 못하고 객지에서 부모님을 그리워하며 애타하는 자식들을 대신해 안부를 살피는 살갑고 정겨운 설날이었으면 합니다. “라떼는 말이야!”를 앞세우는 선배 대신 연륜과 함께 쌓인 미풍양속을 먼저 실천하는 윗사람이었으면 좋겠고, 그런 선배들을 인정하고 존경해주는 아랫사람들이 많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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