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 여름
그 한 여름
  • 영암군민신문
  • 승인 2021.11.19 15:33
  • 호수 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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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증발했다 덕석에 말린 콩깍지가 튀고 말벌
한 마리 처마 밑을 맴돌고 철봉대에 매달린 햇빛이
산발한 옥수수 머리에 불을 댕겼다 옥수수 껍질 속
알맹이가 익어가듯 벌거벗은 아이들은 올망졸망
커갔다 뒷산의 전설과 앞개울의 물소리를 실어나르던 바람,
여름동안 몇 번을 벗었다 다시 벗던 뙤약볕,
그렇게 벗은 여름의 등은 늘 흙갈색이었다

그 한 여름, 우물 속 냉수를 들이키듯 목이 아프다

우물의 수위는 왜 시간이 흐르면 낮아지는 것일까
자리를 옮기는 찬 우물의 수위처럼 보란 듯이
아주 먼 지난날에서 차오르는 현재의 기억들

한 여름 마당에서 사라진 것들이 멍석처럼 둘둘 말리고 있다

 

 

 

정정례

2020년 월간 유심 신인문학상
제26회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제5회 천강문학상 수상
제3회 한올문학상 수상
현 한국미술협회 이사
시집 '시간이 머무른 곳'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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