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천릿길 자전거 종주를 마치고
동해안 천릿길 자전거 종주를 마치고
  • 영암군민신문
  • 승인 2022.06.17 15:17
  • 호수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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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br>前) 영암군 신북면장<br>前) 전라남도 노인복지과장<br>前) 완도부군수
이진
前) 영암군 신북면장
前) 전라남도 노인복지과장
前) 완도부군수

동해안 종주 자전거 라이딩을 했다. 자전거 라이딩을 시작한 후 서울에서 부산에 이르는 국토 종주(633㎞)와 4대강인 낙동강(389㎞), 영산강(133㎞), 금강(158㎞), 섬진강(161㎞) 종주를 모두 마치고 마지막으로 동해안 종주를 남겨 놓고 있었다. 나이가 70이 되었고 동해안 자전거 종주 코스가 4대강 자전거길과는 달리 해안 산악지대 높은 고개를 수없이 넘어야 하는 어려운 코스라는 말을 듣고 망설이다가 우리나라 자전거길 종주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남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동해안 코스에 도전해 나 자신의 의지를 시험해 보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가 나를 동해안 자전거길로 이끌었다.
동해안 자전거 인증길은 경북 영덕해맞이공원 인증센터에서부터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인증센터까지 영덕, 울진, 삼척, 동해, 묵호, 정동진, 강릉, 주문진, 양양, 속초, 고성으로 이어지는 354㎞ 에 달하는 해안 자전거길이다. 필자는 포항고속버스 터미널에서부터 여정을 시작했다. 지난 6월 3일 아침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7시 40분에 포항으로 가는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3시간50분을 달려 포항에 11시30분 도착, 본격적인 라이딩을 시작했다.
첫날 포항에서 영덕에 이르는 자전거길은 비교적 평탄한 해안을 따라 조성된 길로, 강구항에서 시작되는 영덕대게로는 동해바다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해안길이었으나 영덕해맞이공원에 오르는 고갯길은 힘들었다. 라이딩을 하는 다른 일행들이 고갯길을 오르다가 힘에 부쳐 자전거를 끌고 힘겹게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아직은 나 자신이 체력이 강하다고 스스로 자위를 하면서 고갯길을 넘을 수 있었다. 첫날 라이딩을 마치고 경정항에 이르러 숙소를 정하려고 하니 숙소가 모두 만실이 되었다고 한다. 동해안 작은마을이 평일인데도 숙소가 만실이 된 연유를 물었더니 풍어제 행사가 열리는 날이라서 만실이라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영덕에서 10여㎞를 더 달려 조그마한 민박집에서 첫날 일정을 마쳤다.
둘째 날 아침 식사를 축산항에서 회덮밥으로 해결하고 다시 라이딩을 시작했다. 4대강 자전거 종주를 할 때 어려움은 자전거길이 강변을 따라 이어지다 보니 주변에 숙소나 식당이 거의 없어 숙식 해결이 어려웠는데, 동해안 자전거길은 민박, 팬션, 횟집 편의점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서 숙식의 어려움은 없었다. 북쪽을 향해 계속 달리다 보니 울진군 왕피천에 도착했는데, 왕피천 다리 위에 어마어마한 은빛 은어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고 하천 위로는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하천 공원에는 대형주차장과 아쿠아리움까지 조성해 놓은 것을 보고 방대한 관광인프라 투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울진을 지나 한참을 더 달려 죽변항에 도착했다. 면 소재지에 불과한 죽변항은 동해안 오징어잡이 전진기지 항구로서 도시처럼 시가지가 번화하고 사람들로 넘쳐날 뿐만 아니라, 면 소재지에 고등학교가 있을 정도로 번영을 구가하고 있었다. 소득이 있어야 지역이 발전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경북 구간 종주를 모두 끝내고 강원도에 진입하여 삼척항 아래에 있는 임원항에서 여장을 풀었다
셋째 날은 임원항을 출발하여 삼척, 동해, 묵호를 거쳐 정동진까지 라이딩을 했는데, 이번 라이딩에서 가장 힘든 코스였다. 낙타 등 같은 악마의 고갯길을 수없이 넘어야 했고, 경사도가 7%를 넘고 거리도 1~2㎞에 이르는 임원제, 신남제, 용화제 죽음의 고갯길을 넘을 때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허벅지 근육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힘든 여정을 마치고 정동진에 도착해 숙소에 들었다.
넷째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간밤에 창문을 흔드는 소리가 무슨 소리였는지 궁금했는데 창문을 열어보니 정동진 해안가에 산더미 같은 엄청난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였다. 커다란 산맥이 일어섰다 스러지기를 반복하는 듯한 웅장한 파도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이날은 비가 내려서 라이딩을 하지 못하고 정동진에서 동해선 기차를 타고 강릉, 묵호, 동해를 돌아보는 열차 여행을 하면서 휴식을 했다.
다섯째 날 비는 그쳤지만, 기온이 내려가 다소 쌀쌀한 날씨였으나 더는 지체할 수 없어 정동진을 출발하여 라이딩을 시작했다. 오늘은 주로 동해안 내륙 길을 많이 통과했는데 라이딩을 하다 동해안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을 만났다. 혼자서 터벅터벅 길을 걷고 있는 그의 사유의 세계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무슨 생각을 하시면서 걷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가톨릭 신자인데 자신의 신앙에 대해 반성도 하고 나랏일도 걱정하면서 하루에 30㎞ 정도 걷는다고 한다. 혼자서 무념무상에 젖어 걷고 있는 그분의 모습에서 고독한 순례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늘은 정동진을 출발, 강릉, 주문진, 양양, 속초를 거쳐 38선을 넘어 동해안 최북단 읍소재지인 고성군 거진읍 아래에 있는 공현진항까지 달린 후 마지막 목표지점인 통일전망대까지 약 30여㎞를 남겨두고 일정을 마쳤다.  
여섯째 날, 오늘 라이딩을 마치고 동서울까지 이동해야 하므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 거진읍을 출발, 통일전망대로 향했다. 거진읍에서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해안 길은 정말 아름다운 절경이었다. 특히나 김일성 별장과 이기붕 별장이 있는 화진포 바다는 파란 하늘과 쪽빛 바다, 하얀 파도가 어우러져 눈물이 나오도록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그동안 힘들었던 고비를 모두 넘기고 포항을 출발한 지 5일 만에 총 주행거리 435㎞에 이르는 라이딩을 마치고 통일전망대 인증센터에 도착, 동해안 자전거 종주 대장정을 마쳤다.
이번 동해안 자전거 중주에서 얻은 것은 나 자신의 도전에 대한 성취감도 있지만 푸른 파도가 넘실대고 한발 건너 하얀 백사장이 펼쳐진 자연이 선물한 동해안의 아름다운 풍광, 그리고 이를 활용하여 소득을 올리기 위해 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구축한 관광인프라를 보고 부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가는 곳마다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특히나 거진읍 같은 경우는 인구가 영암읍보다 더 적은 6천여명에 불과함에도 거리는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거진을 찾는 관광객들이 지역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에는 먹고 사는 것에 급급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여가를 즐기며 살만큼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어느 고장이나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것이 답이다. 여가를 즐기기 위해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나가는 관광객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우리 영암이 국립공원 월출산 풍광만 갖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려고 해서는 안 된다. 동해안 경관과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다른 지역에는 없는 우리만이 갖고 있는 자원을 잘 가꾸고 다듬고 포장을 해서 독특한 관광상품을 만들어 이를 알리고 팔아야 한다. 우리 모두 영암의 관광을 살리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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