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 귀순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2년 10월 18일(목) 20:23
지난 10월2일 강원도 고성군 제22사단에 북한군 병사 1명이 귀순해왔다. 이 병사는 북한군의 철책 2개와 우리군의 철책 3개를 마치 육상선수가 장애물 넘기라도 하듯 한 개의 철책을 4분 만에, 그것도 ‘아무 일’ 없이 돌파했다. 그가 처음 당도한 곳은 남북관리구역 동해지구 출입관리소(CIQ)를 경비하는 동해선 경비대. 하지만 경비대의 출입문을 두드렸으나 응답이 없자 거기서 30m 떨어진 내륙 1소초로 달려갔다. 바로 우리군 GOP 장병들이 생활하는 내무반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귀순하러 왔다”는 말과 함께.
여기까지가 이른바 ‘노크 귀군’에 대해 우리군 당국이 밝힌 대략적인 줄거리다. 군 기강이 흐트러진 사건이 터지면 으레 그렇듯 이번에도 ‘그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는 식의 제보가 이어진다. 2008년엔 1사단 GP에 북한군 정치장교가 귀순하는 과정에서 자기 속옷을 백기로 흔들었는데도 반응이 없었고, 소지하고 있던 권총 수발을 발사했는데도 우리군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2010년엔 금강산 통문으로 북한군 부사관이 귀순했는데, 우리군이 그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가 귀순의사를 밝혔는데도 묵묵부답이다가 북한군 추격조와 교전이 벌어지고서야 귀순자인 걸 알았다고 한다. 우리군의 경계태세가 얼마나 허술한지 단적으로 보여준 이번 사태에 대한 군 당국의 태도는 지난 천안함 사태 때와 대동소이하다. 특히 이번에도 진상을 감추기에 급급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휘책임을 진 박성규 1군사령관은 국정감사장에서 “부하들에게 미안하다”며 울먹였다. 군 기강이 해이해진 사건이 벌어지면 사병들만 한동안 죽도록 고생할 뿐 지휘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은 흐지부지되는 관례가 떠올랐기 때문일까? 하지만 국민들 지금 심정은 요즘 쓰는 말로 ‘멘붕상태’다. 북한군 병사가 내무반 문을 두드린 뒤 수류탄을 던졌더라면 어찌됐을까? 내무반의 병사들 중에는 나와 내 친구, 이웃의 아들도 있을 것이다. 생각 만해도 아찔하다. 그러나 어쩌랴. 대통령부터 장관, 재벌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 태반이 병역의무를 모르는 나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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