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공천제 어떻게 되나? ‘중앙종속 자치훼손’ vs ‘정당정치 기반붕괴’ 논란 가열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
2013년 03월 28일(목) 20:43 |
여야 모두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 대선 공약 폐지에 무게
정당공천제를 둘러싼 논란이 각계로 확산하고 있다. 당장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여야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특히 영암지역에서는 더욱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장흥·강진·영암을 지역구로 둔 민주통합당 황주홍 의원이 기초단위 정당공천제에 대해 “없어져야 할 악법”이라며 내년 지방선거 전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또 여야가 정당공천제를 고집하더라도 영암지역에는 그 여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정당공천제 폐지론자인 황 의원이 당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되고 있어서다.
■ 논란 왜 벌어졌나?
우리 선거법은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을 제외한 후보자에 대해 정당이 공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당이 정치지도자를 양성하고 대표자를 배출하는 정치적 충원기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당공천제는 따라서 정당 단체에서 공적으로 후보자를 내세우는 것을 말한다.
기초의원·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가 논란이 된 것은 지난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똑같이 내세웠던 선거공약이기 때문이다. 여야 후보 모두가 정치권의 기득권 내려놓기 방안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약속했던 것이다.
논란의 시작은 새누리당에서 시작됐다. 당 공천심사위원장인 서병수 사무총장이 대선 때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기초단체장과 의원에 대한 공천은 안 하는 것으로 공심위에서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얼마 뒤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급제동이 걸리며 당론으로 확정되지 못한 것이다.
야당인 민주당 역시 정당공천을 하겠다는 의지다. 박용진 대변인이 “법 개정 전에는 당의 기초의원 등에 대한 공천은 정당의 의무이고 당연한 역할”이라며 사실상 현행 유지 방침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 쟁점은?
정당공천제를 둘러싼 찬반논쟁은 팽팽하다.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정당공천이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등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구로 활용되어 ‘공천(公薦)’이 아닌 ‘사천(私薦)’으로 전락했음을 그 근거로 든다. 실제 지자체의 공천비리는 그동안 끊임없는 잡음을 낳았다. 정당공천으로 당선된 단체장 및 의원들은 중앙정치권의 눈치를 보게 돼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의 독립성과 자주성이 침해되고, 중앙예속화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정당공천제가 폐지될 경우 그 폐해를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순수 주민공천으로 바뀔 경우 정당을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가 걸러지는 기능이 사라진다. 후보들이 난립할 수 있고 소수의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될 우려도 커진다. 정당의 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출마 후보들의 선거비용도 많이 든다. 여성이나 장애인 등 정치신인들의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더라도 ‘내천(內薦)’의 가능성은 여전해 그 폐해가 더 심할 수도 있다.
■ 지역정가 파장은?
황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기초단위 정당공천제에 대해 “기초단위 단체장들과 의원들이 지방자치 본연의 임무인 ‘풀뿌리 민주주의’에 전념토록 하기 위해서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행의 기초지방단체 정당공천제의 특성으로 기초단위 단체장들과 의원들이 주민들에게 바쳐야 할 무한충성을 사실상의 공천권자인 국회의원들에게 바치고 있는 왜곡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폐지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황 의원은 그러나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폐지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여야의 대선공약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악한 제도의 폐지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국회의원들의 설득이 앞으로의 가장 큰 과제”라고 전망해 폐지는 결코 쉽지 않은 문제임을 시사했다.
황 의원의 이런 입장에 따라 영암지역정가는 정당공천제 폐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여야가 황 의원의 예상대로 내년 6월 지방선거 전 폐지에 합의할 경우 별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그 반대일 경우 황 의원이 당론을 그대로 수용할지 큰 관심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기초단위 정당공천제 폐지를 확고한 소신으로 밝혀온 점에서 ‘무공천’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내년 영암지역 지방선거는 사상 유례 없이 많은 입지자들이 난립한 가운데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 해법은?
앞서 언급한대로 정당공천제는 무자격 후보들의 난립을 막는 장점도 있지만 중앙정치에 지방이 예속된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폐지해야할 이유만큼 존립해야할 이유도 있음이다.
하지만 지난 18대 대선에서 여야 후보 모두 그 폐지를 공약했던 만큼 국민과의 약속이행 차원에서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 같다. 새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뜻에 부응하는 차원에서나 정치쇄신에 적극 나서야할 여야 모두에게 정당공천제 폐지는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 또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