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자연의 본성대로 교육해야 申祉浩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3년 05월 03일(금) 1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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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봄꽃이 사방에 흐드러지고, 나무의 새잎들이 나풀거리기 시작하면, 소파 방정환 선생에서 비롯된 ‘어린이날 노래’가 온 누리를 울려야 제격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게 신나게 들리는 것 같지 않다. 더구나 2,30년 전까지만 해도 동네 빈터나 골목 안짝에서 끼리끼리 몰려다니고 깔깔거리던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많이 사그라지고 있다. 출산을 적게 해서 고이 키우려는 풍조가 생기고, ‘빨리 많이 배워야 한다’는 부모들의 다그침에 아이들이 마음대로 나돌 시간이 없어진 것이다.
어린이는 물론 배우면서 자란다. 세상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 뿐 아니라, 어린이들이 좋아서 배우는 것도 있다. 어느 것이나 마음에서 진정으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와야 하는데 어른이 어른 생각대로 배우게 하는 것이 많다. 정규교과 말고도 피아노 무용 미술 태권도 영어..., 뭐든지 인기있는 것이면 다 쫓아다녀야 직성이 풀릴 지경이다. 이런데서 아이들은 시달린다. 시루 속의 콩나물같이 물만 주면 쑥쑥 크기만 하는 신세다.
지금의 어린이들에게는 자기대로의 생각보다는 어른이 시키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올바른 것이 된다. 학교 시험에서는 정답을 잘 맞추는 것만이 우선이다. 음악이나 미술을 공부해도 창조적인 표현보다는 경연대회에서 몇 번 입선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교육의 현장에서 나름대로의 개성과 소질을 중요시해야 되는데, 그보다는 세간의 잣대에 맞추게 된다. 부모의 기대에 눌려 어린이는 자기 감정을 억제해야 하고 차츰 진실성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자연히 아이들과의 대화가 단절되고 부모 자식 간의 신뢰감도 떨어지게 된다. 어떻게 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갈까, 어떤 걸 배워야 좋은 직장을 붙들까에만 정신을 쏟는 것은 인간이 되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인기 좋은 상품으로만 교육받고 있는 셈이다.
19세기 교육사상가 룻소는 자연을 강조했다. 사람은 자연 상태에서 가장 건전해지고 품성이 선하다고 했다. 그의 교육의 과제는 외부로부터 강요된 것이 아닌 자기 감정에 충실해서 자연스럽게 능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고 했다. 즉 어린이는 자연의 본성에 따라 이해하고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연을 도외시하고 산과 들의 신선하고 아름다움, 사람들과의 어울림에서 얻는 따뜻한 인정을 느낄 틈도 없이 우리 어린이들이 육중한 우리 속에 갇혀있는 것 같아 심히 안타깝다.
지금의 어린이날은 어린이들의 ‘우리들 세상’이 아닌 것 같다. 지나치게 감싸주어야 하고, 어른들 마음에만 들게 커야 되는 ‘어른이 보호하는 날’인 것 같다. 세계적 인기맨이 된 가수 싸이를 보라. 제멋대로 까불고 뛰고 하는 말춤 시건방춤으로 세계를 휘젓고 있지 않은가. 제 생각대로가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본보기가 된다.
지금 자연이 그런대로 살아있는 농어촌의 학교들은 빈사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농어촌의 학생들은 줄어들고 있다. 사람들이 문명의 시설에서 편한 것을 선호하고,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만 떠나가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농어촌의 학교들은 계속해서 통폐합의 위기 속에 있다. 자연과 인간의 정이 살아있는 농어촌이 살아야 수천 년 우리 민족의 숨결도 살아날 것 같은데 걱정이다. 농어촌의 학교들은 우리의 명맥을 이어주고, 우리 어린이들의 인간 됨의 참된 교육을 할 수 있는 도장이 될 수 있는데 말이다.
며칠 전, 중앙의 어느 일간지에 반가운 기사가 실렸다. 폐교 위기에 처한 강원도의 시골 어느 학교에 도시의 학생들이 유학을 오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이다. 전교생이 60명 이하가 되면 폐교가 되는데 이 학교는 50명 밖에 안되었다. 이 학교에 새로 부임한 교장 선생님은 지역특색을 살린 체험교육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마음을 잡기로 했다. 아이들을 교실에만 붙들어 놓지 않고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숲 체험을 하고 꽃과 날벌레 이름을 외게 했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학교에서 먹는 점심은 학교 논밭에서 가꾼 곡식이나 채소, 아이들이 산에서 뜯은 나물 같은 것을 더해 음식의 맛과 먹는 재미를 더 하게 했다. 지역사회 기관들과 협의해서 방과 후 활동으로 아이들이 선호하는 피아노 사진 동화구연 마술 영어회화 같은 동아리 활동을 돕게 했다. 아이들의 탐구심과 학습의욕이 좋하지고, 아이들이 학교가기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서울 등 도시에서 부모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찾아들기 시작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학생이 200명 가까이 되었단다. 이런 선각적인 교육관으로 보다 많은 농어촌의 학교가 부활되었으면 한다.
어린이들의 숨통이 트이는 환경, 그것은 푸른 하늘이 있고 개울물이 흐르고, 파릇파릇 식물이 눈앞에서 자라야 한다고 믿는다. 기계가 아닌 자연의 변화 속에서 신비를 체험하고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더해질 것이다. 만물의 다양성 속에서 사람은 각각 서로 다른 존재라는 것, 즉 개성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살아있는 것들은 따로 떨어져서 존재할 수 없는 것, 즉 공동체의식을 배운다. 마음대로 생각하고 마음대로 느끼며 내 일은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자립심을 스스로 갖게 된다. 강요된 학습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게 되니 마음은 여유로워지고 창의성이 풍부해진다. 자연은 천혜의 어린이 자연학습장이다.
5월의 자연을 보라. 만물이 생동하는 싱그러움이 넘친다. 자연 속의 어린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우리의 미래가 환해졌으면 한다. 예수께서는 하늘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자신을 낮추어 어린이같이 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불교에서는 어린이를 일컬을 때 ‘천진불(天眞佛)’이라고 해서 어린이의 마음이 우주의 진리라고 했다. 세상의 어른들이 어린이의 마음을 아끼며 사랑했으면 한다. 어린이의 천진성은 자연의 본성과 같다. 자연이 살아있는 우리 농어촌의 학교에서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널리 퍼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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