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노래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3년 05월 10일(금) 11:37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싸움은 용감했어도 깃발은 찢어져/세월은 흘러가도/구비치는 강물은 안다/벗이여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라/갈대마저 일어나 소리치는 끝없는 함성/일어나라 일어나라/소리치는 피맺힌 함성/앞서서 나가니/산자여 따르라 산자여 따르라…”
1980년12월 백기완이 쓴 시 ‘묏 비나리’ 일부다. 출감하며 내놓은 이 장시(長詩)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모태가 된 것은 1982년 망월묘역에서 열린 윤상현과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이 계기다. 추모 노래굿 ‘넋풀이’(일명 ‘빛의 결혼식’)가 기획되면서 이 노래굿의 마지막에 ‘묏 비나리’를 원작으로 소설가 황석영이 각색하고 김종률이 곡을 붙인 노래가 등장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곳곳에서 수난 당하던 이 노래가 급기야 ‘5·18 추모곡’의 자리도 내줘야할 처지다. 국가보훈처가 올해 5·18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식에서 부를 공식 추모곡을 별도로 제작하기 위해 예산 4천800만원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이 법정 국가기념일이 된 1997년 이래 지금까지 ‘공식’ 추모곡 역할을 했다. 어느 누구도 이 노래 외에 다른 곡을 생각하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5·18 기념식에 처음 참석한 고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목청껏 따라 불렀다. 심지어 딱 한번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도 연주되고 불러졌던 노래다. 이런 마당에 국가보훈처가 다시 ‘5월의 노래’를 만들겠다고 나선 이유는 과연 뭘까? 5·18 기념식에서 더 이상 불러지면 안 되는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까닭이 있을 것이지만 불현 듯 생각나는 이유가 있다. ‘5·18’이 여전히 ‘광주사태’에 머물러 있어서는 아닐까. 아직도 ‘역사적 사실’로 뿌리내리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제안한다. 더 이상 현직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을 애걸말자. 공식 추모곡이 아니더라도 그냥 목청껏 부르자. ‘오월의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은 ‘산자’들의 여전한 책무임을 절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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