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홍 의원의 초선일지(初選日誌)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3년 10월 18일(금) 1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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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국감 시작이어서 많은 의원 사무실들이 밤늦도록 불을 밝히고 있다. 우리 위원회는 내일 아침 일찍 KTX를 타고 세종시로 가서 농식품부 감사를 한다.
군수 때는 강진의 ‘가난’이 더 부지런하고 더 친절하고 더 하나되지 못했던 우리 탓이지, 결코 밖이나 남의 탓이 아닌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중앙정부의 행태를 좀 더 깊이 알게 되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강진의 가난이, 상당한 비중으로, 저 엉터리 중앙부처의 장차관들과 상당 지위의 공직 관료들 때문이었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상임위에서 “우리 지역 농민들은 ‘이 정부가 우리를 버렸다’고 얘기한다”는 말로 정부 관료들을 질타하던 새누리당 김근태 의원(충남 부여·청양)을 떠올리곤 한다.
오늘 오후 2시55분 비행기로 서울로 올라오기 전 전남대 병원에 재입원해 계시는 어머니를 뵙고 왔다. 일주일 전 쯤 온 몸에 수포가 생겨서 피부과가 있는 전대 병원으로 옮기셨는데, 엊그제 병원으로부터 폐렴 증상이 발견되었다는 날벼락같은 연락을 받았다. 폐렴 합병증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 폐렴에 걸리시다니…. 어머니를 며칠 만에 다시 뵌 순간, “아아, 어머니와 영영 작별해야 할 날이 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웠다.
국감 준비하는 우리 사무실 보좌진들과 국회 앞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데, 여의도 밤하늘 저 높이 떠있는 초 아흐레 반달이 외로워 보였다.
(2013년10월13일)
카디널스 감독의 수준
어제 류현진 선수가 멋진 완승을 거뒀다. 세계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은 두 개 리그로 나눠져 있는데, 최종전인 ‘월드 시리즈’에 나갈 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거둔 1승이었기에 그 의미가 대단한 승리였다. 류현진이 자랑스럽다. 모처럼 기분좋다.
그런데 더 기분좋은 건, 류현진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상대팀 감독(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의 마이크 매시니)의 덕담 때문이다. 엄청 중요했던 승부처에서 일축당한 팀 감독으로서 속상했을 게 틀림없으련만, 그의 언급은 매너와 교양을 전혀 잃지 않고 있다. “류현진은 우리 팀과 맞서 두 경기나 잘 던졌다. 오늘, 실수도 없었고, 구위가 좋았다. 우리 타자들이 전혀 치질 못했다. 류현진은 오늘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갈 줄 알았고, 플레이트를 지배했다. 그가 원하는 대로 게임이 진행됐다. 우리 팀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참 듣기 좋다. 스포츠맨쉽이 느껴진다.
우리나라도 경쟁자에게 이처럼 따뜻하고 정중하고 관대했으면 좋겠다. 경기(선거를 포함한 모든 경쟁)의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우리 여야 정치권에도 저 카디널스 감독의 교양미가 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뒤쳐져있는 것은 경제규모나 경제수준만이 아니다. 정작, 뒤쳐져 있음을 걱정해야 할 부분은 우리들의 따뜻함과 너그러움의 수준이다.
(2013년10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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