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지사 기본계획서 ‘부풀리기’ 의혹 완공 앞둔 전댓들권역 종합개발사업 현장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
2013년 11월 01일(금) 09:53 |
MTB코스에 산나물 채취자들까지 감안 휴게공간 조성
곤충생태체험시설 군 지원 없인 운영불가 대책 절실
한국농어촌공사 영암지사(지사장·오병희)가 작성한 ‘전댓들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기본계획서’부터 잘못된 것 같다.
기본계획서에 곤충산업은 전댓들권역의 ‘특수자원’ 또는 ‘농촌관광자원’으로 되어 있다. 정부 공모사업 선정의 계기이자, 핵심사업인 곤충생태체험시설(사업비 6억5천700만원)을 설치한 이유다. 그러나 권역 내 곤충사육농가는 사실상 한 농가뿐이다. 곤충산업이라고 부를 것도 없을뿐더러 권역을 상징하는 특수자원도 아니다.
2단계 사업으로 명동리에 건설하고 있는 MTB휴게공간(사업비 5억2천200만원)도 같은 경우다. ‘MTB(산악자전거)코스와 산나물 채취로 인한 방문객이 연간 2천500명’에 이른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취재진도 제대로 찾기 어려운 곳에 자리한 MTB휴게공간을 과연 얼마나 많은 MTB동호인들이 방문할지 의문이 들었다. <관련기사 및 화보 5면>
결국 영암지사가 공모사업 선정에 따른 국비지원과 일괄수탁에만 골몰한 나머지 사업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자료들을 침소봉대 내지 부풀리기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긴다.
곤충생태체험시설이 준공 2년째 운영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되는 근본이유도 사실상 한 농가뿐인 곤충산업을 염두에 둔 결과물이다. 기본계획서에는 곤충사육농가가 모두 4농가로, 농가당 연간소득은 2천500만원에서 2억원에 이른다고 되어 있다. 또 이들이 영농조합법인을 결성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4농가 중 실제 곤충사육을 전문으로 한 농가는 최영환씨 한 농가 뿐이다. 나머지는 곤충사육과는 사실상 무관한 농가들이다.
기본계획서에는 곤충생태체험시설 운영은 권역운영위원회와 군이 공동으로 맡고, 관리는 영농조합법인이 하며, 일정수익금을 권역운영위원회에 납부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전혀 현실성이 없다. 영농조합법인을 사실상 ‘나홀로’ 이끌고 있는 최영환씨는 “사업비가 6억5천만원이나 투입되었지만 생태교육장은 곤충사업가 개인 숍(shop) 수준이다. 교육홍보용으로 활용하려면 적어도 3천500만원 이상 투입되어야 하는데 겨우 1천200만원 투입된 시설로는 권역운영위원회에 수익금 일부를 납부할 정도가 못 된다”고 말했다. 또 “작년까지 내손으로 풀 뽑고 관리하며 운영해본결과 한 달에 120만원은 넘는 비용이 소요된다. 군에서 관리비라도 지원해준다면 모를까 수익을 낼 방법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영환씨는 사업추진과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사육장을 지으려고 기반시설 닦는데 개인적으로 3천500여만원 이상 들었다. 나중에 보상해주겠다며 토지사용승낙서를 써달라고 해 써줬더니 보상 한 푼 없다. 곤충생태체험시설에는 전주최씨 땅도 들어있다. 한 달에 90∼100만원의 사용료를 줘야 한다.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할 때 시설운영을 통해 수익을 낼 방안도 없을뿐더러 권역운영위에 그 일부를 낼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최영환씨는 곤충산업의 현주소도 소개했다. “한창 잘나갈 때가 있었지만 경기불황이 심각한 지금은 사정이 딴판이다. 거의 죽어있다. 영농조합법인에 참여했던 농가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려 한다. 겨우 붙잡고 있는 상황이다. 곤충생태체험시설도 바로 인근에 도시가 없기 때문에 영암 전역의 유치원생을 다 유치하더라도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일단 내년 3월에는 체험장이라도 문을 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당 12만원짜리 건설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기초생활기반 확충을 위해 추진 중인 MTB휴게공간은 냉천저수지 수변산책로나 장군바위 명소화 사업처럼 설득력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진다. MTB동호인에다 다소 엉뚱하기까지 한 산나물 채취자까지 합해 연간 2천500명에 이른다는 통계자료도 부정확할뿐더러 수변산책로처럼 관리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매우 커 보인다.
결국 국비 포함 56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어 올해 마무리되는 전댓들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으로 권역 내 주민들이 얻게 될 소득증대효과나 생활편익증진효과는 거의 체감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복합문화센터와 장류사업이 있기는 하나 어떤 운영결과를 낳을지 아직 미지수다.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곤충생태체험시설은 권역 내 단 한 농가만 관련되어 있을 뿐 대다수 주민들과는 무관하고, 더구나 정상운영을 위해서는 재정형편이 열악한 군의 관리비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MTB휴게공간이나 냉천저수지 수변산책로, 명소화 했다는 장군바위 역시 권역 내 주민들의 생활편익증진과는 거의 무관하다. 방치될 경우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댓들권역 종합개발사업은 일괄수탁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 영암지사와 건설업체의 배만 불린 꼴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