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전면시행 ‘도로명주소‘ 정착할까?

군, 전 세대 안내문 발송 등 새주소 정착 최선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3년 12월 17일(화) 21:11
주민들, “아무리 외우려 애써도 어렵고 낯설다”
새 주소체계인 도로명주소가 2014년부터 전면 사용된다.
도로명주소는 2011년7월29일 전국 일제고시를 통해 법정주소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익숙하지 않은데다, 사용 빈도 또한 현저하게 낮아 정부는 지번주소와 병행해 함께 쓸 수 있는 기간을 2013년12월31일까지 연장한 바 있다.
내년 1월1일부터 도로명주소가 전면 시행됨에 따라 그동안 군은 조기정착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오고 있다.
도로명주소 사용 및 활용에 취약계층으로 판단되는 61세 이상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춰 홍보문안을 삽입한 ‘효자손’ 1만6천여개를 제작 배부했다. 또 새로운 주소체계에 대한 주민의 관심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도로명주소 안내도 5천부를 제작해 지난 7월17일 읍면과 마을회관(경로당)에 비치,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군민과 관광객들이 많이 모인 제7회 왕인국화축제장에서는 도로명주소 홍보전단지 3천매와 홍보물품(수건, 원형냄비 받침대) 2천개를 배부하기도 했다.
특히 군은 도로명주소 전면 사용에 대비해 올해부터 원룸, 다가구주택, 상가 등에도 동과 층, 호를 부여하는 상세 주소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원룸과 다가구주택 등의 경우에는 가구별로 독립생활을 하고 있는 건물이지만 건축물대장에 동, 층, 호 등 세부주소가 아파트처럼 등록되지 않아 택배, 우편물 등의 정확한 수령이 곤란하다. 또 공공기관에서도 공문서에 상세주소를 사용할 수 없어 발송하는 각종 공과금 고지서 등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룸, 다가구주택 등 건물소유자 1천42명에게 ‘상세주소 부여 신청 안내문’을 제작해 신청서와 함께 지난 11월25일 우편발송하고, 소유자 또는 임차인의 신청을 받아 현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 14일 이내에 상세주소를 부여해 도로명주소대장에 동, 층, 호 현황을 등록해 관리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원룸, 다가구주택 등이 아파트처럼 상세주소를 부여받게 되면 도로명주소가 활성화됨은 물론, 각종 고지서와 우편물, 택배 등을 보다 정확하게 전달받을 수 있어 주민들의 생활이 더욱 편리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정부가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도로명주소 체계를 만들어 홍보하고 있지만 기존 주소체계에 익숙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번 상세주소 부여와 더불어 내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전 군민 2만7천243세대에 도로명주소 전면사용 안내문을 제작해 올해 말까지 우편 발송할 예정이며, 도로명주소가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새주소는 안내 시스템 홈페이지(www.juso.go.kr)에 접속하면 자신의 집 도로명주소 뿐 아니라 찾고자 하는 전국의 도로명주소까지 간편하게 파악할 수 있다.
■ 도로명주소 군민들 반응은?
2,200년 구림마을도 고산길 왕인로 등으로 ‘해체’
고유 마을이름 삭제 현실화 공동체문화 실종우려
도로명주소에 대한 군 당국의 적극적인 홍보노력 덕택에 내년부터 새 주소제도가 시행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군민들 대부분이 인지하는 추세다.
반면에 자신의 도로명주소에 대해서는 “아무리 외우려고 애써도 어렵다”거나 “도무지 낯설고 이상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도로명주소가 사용됨으로써 종전 써오던 고유의 마을이름이 없어지고, 덩달아 공동체문화까지도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도로명주소 전면사용이 한 달도 채 안 남은 현재 주민들이 가장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것은 100년 가까이 사용해 온 마을이름인 ‘리’ 표시가 없어지고 도로명만 표시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앞으로 보름가량 뒤면 전면 시행되는 도로명주소는 도시지역의 경우 주소 다음에 괄호로 기존 ‘동’이름을 병기하지만, 농촌지역은 면단위까지만 표시되고 ‘리’는 표시하지 않는다. 주소에서 마을명칭이 아예 사라지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종전에는 한 마을이었으나 도로명주소가 각각 달라지는 곳이 많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영암읍 망호리의 경우 낭주로, 마한로, 망호정길 등으로 나뉜다. 또 영암읍 회문리는 교동로, 기찬랜드로, 구룡동길 등으로 나뉘어 달리 표시된다. 이를테면 새 주소 상으로는 같은 마을주민이라는 공동체의식을 가질 수가 없는 실정이다.
2,200년의 역사를 간직한 군서면 구림마을도 주소체계에서 사라진다. 대신 고산길, 구림로, 도갑사로, 돌정고개길, 왕인로, 학암길 등 듣도 보도 못한 주소로 바뀐다. 영암 관내에는 구림마을처럼 유서 깊은 마을들이 많아 도로명주소 전면사용에 따라 마을이름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그 이름과 함께 전승되어온 전통이나 풍습까지도 망각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 주민(68·도포면 도포리)은 “당장 부고장을 보내야 할 경우 일일이 새 주소로 바꿔 보내야 하는데 이게 무슨 짓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면서 “뭔 듣도 보도 못한 이름으로 바뀌는 주소들도 많아 귀찮기만 하다”고 말했다.
영암읍내 한 마을이장(57)은 “도로명주소는 도시의 경우 타당할지 몰라도 농촌의 경우 실정에 전혀 맞지않아 탁상행정의 산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시골은 무슨 무슨 ‘길’이 표준이 아니라 무슨 무슨 ‘마을’이라는 생활공동체가 표준이었고, 그 역사는 100년도 훨씬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 따라서 농촌에서의 도로명주소 전면사용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새 주소의 부작용과 농촌주민들의 불편을 감안해 도시처럼 도로명주소 뒤에 마을이름을 병행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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