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군정결산 - 자치발전과 ‘왕인문해학교’ “평생 갈 것 같던 까막눈 설움 이제서야 풀었네요!” 이국희 기자 njoa@hanmir.com |
2013년 12월 27일(금) 2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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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기 234명 입학 동네마다 배움 열풍 문맹완전퇴치 눈앞





군이 2007년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되면서 시작된 왕인문해학교는 “얼마가지 못할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 섞인 시선을 일거에 불식시키고 6년이 지난 현재도 모두 57개 학습장에서 모두 828명이 제7기 교육생으로 입학해 교육을 받고 있는 등 열렬한 호응을 받고 있다.
2013년 여름학기에 모두 238명이 수료함으로써 2007년 개설 이래 지금까지 왕인문해학교 수료생으로 모두 5천950명이 한글을 깨우치는 기쁨을 누렸다.
■ 너도 나도 배움열기 ‘인기몰이’
왕인문해학교는 일제강점기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학령기에는 사회적 환경 또는 경제적인 문제로 한글을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시작됐다. 한글과 수학의 셈 등 기본적인 교육을 통해 일상생활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농촌지역의 특성상 고령의 어르신들에게 한 교육장소를 정해 집합교육을 실시하기는 어렵다. 실효성 또한 떨어진다. 군은 이를 감안해 배움의 욕구는 강하나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문해교육지도사 양성을 통해 직접 방문교육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사)한국문해교육협회를 통해 퇴직교육자나 퇴직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한 ‘문해교육지도사양성과정’을 개설해 전문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한 것.
그 결과 2008년 이 지도사 양성과정을 수료한 52명의 문해교육지도사가 12개의 마을 266명의 어르신들에게 한글과 수학의 덧셈과 뺄셈 등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농사일이 바쁘지 않은 농한기를 이용해 일주일에 3회, 하루 2시간씩 한글과 수학의 기본 셈, 학습놀이와 그림 그리기, 백일장 대회 등 다양한 교육방법을 통해 교육을 실시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66명의 어르신들이 전원 수료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 ‘배우지 못한 한풀이’로 시작
왕인문해학교가 처음 시행될 때 “얼마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것은 문맹자이긴 하나 그동안 큰 불편 없이 살아왔던 어르신들이 글자를 깨우치는 일에 많이 인색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실제로 한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자기 나라의 말을 직접 종이에 쓸 수 없다는 건 그리 창피하지 않았다.
그러나 첫 해 266명의 동네 이웃 왕인문해학교 졸업생들이 직접 자녀들에게 편지를 쓰고 자신들의 생각을 글로 써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본 어르신들은 하나 둘씩 ‘한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동네마다 너도 나도 배움의 열기로 이어지며 인기몰이가 시작된 것이다. 첫해 1기 참여자들도 다시 한 번 더 교육을 받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이에 따라 군은 각 읍면을 통해 참여자를 모집해 34개 교실 753명의 수강생으로 제2기 왕인문해학교를 열었다. 특히 2기에서는 참여 어르신들에게 실제 초등학교에 등교하는 체험행사도 실시했다. 자체 백일장대회를 통해 우수작품을 선정해 시상하는 등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와 의욕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결과 1기 수료생의 두 배가 넘는 모두 667명의 어르신들이 수료하는 성과를 거뒀다.
■ 신청자 쇄도 추가 학기도 개설
동네마다 너도 나도 배움의 열기로 가득했던 2기 왕인문해학교 학생들의 수료는 어르신들 사이에 ‘한글 깨우치기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이는 그동안 바쁜 농사철을 피해 농한기에만 이뤄졌던 교육을 농번기에도 계속하게 만들었다. 3기 왕인문해학교 교육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여름학기’를 개설, 2010년 5월부터 4개월간 운영에 들어간 것이다.
제3기에는 모두 61개 교실에서 무려 1천98명의 어르신들이 교육을 수료했으며, 여름학기에는 5개 교실에서 83명이 수료했다. 또 제4기 및 2011여름학기에는 82개 교실 1천278명, 제5기 및 2012여름학기에는 98개 교실 1천466명, 제6기 및 2013 여름학기에는 85개 교실 1천92명의 어르신들이 교육을 받고 수료했다.
■ 평생학습 모델…문맹률제로 눈앞
어르신들의 배우려는 열망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군의 세부 프로그램 개발 노력이 결집된 왕인문해학교는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인 우수사례로 소개됐고, 같은 여건과 환경을 가진 지자체들의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그동안 왕인문해학교가 이뤄낸 성과들은 평생학습의 모델로 소개되고 있고, 다른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모델이 되고 있다.
군은 왕인문해학교의 성공신화 완성을 위해 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에도 나섰다. 지난 10월 문해교육사들을 대상으로 역량강화교육을 진행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한 것.
더욱 주목할 점은 행정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온 왕인문해학교가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명품 노인복지정책으로 변화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군 보건소는 ‘왕인문해학교 건강교실’을 운영함으로써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 생활터전을 중심으로 직접 접근해 운동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로 어르신들의 정신건강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는 기(氣)체조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해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결국 왕인문해학교는 배움의 열정으로 똘똘 뭉친 어르신 교육생들과 관계공무원 및 문해교육지도사들의 열정, 지역사회의 성원과 관심이 한데 뭉쳐 전국 최초의 문맹률 제로 지자체에 근접해가고 있는 명품 복지정책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이국희 기자 njoa@hanmi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