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인문화축제 ‘정체성’ 고민할 때

전문가들, “이대론 문화관광축제 어렵다” 이구동성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4년 01월 17일(금) 11:33
3개월도 못남은 축제 아이디어 구하기 무리수 지적
왕인문화축제의 정체성(identity) 문제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관광축제’ 선정을 염두에 둔 축제로의 계속 개최 여부 등에 대해 이제는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는 축제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특히 문체부 축제평가위원들은 현재의 왕인문화축제가 문화관광축제로 다시 선정되기는 어렵다고 이구동성 판단했다. 대신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축제의 정체성에 대해 지역민과 공유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프로그램을 대폭 줄이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군은 지난 1월15일 군청 왕인실에서 전국 축제전문가들을 초청한 가운데 ‘2014 왕인문화축제 제안서 자문회의’를 열었다. <관련기사 9면>
이 자리에서 문체부 축제평가위원인 대구대 서철현 교수(호텔관광학과)는 “왕인문화축제가 개최된 지 17년이나 됐지만 문체부 유망축제 선정과 탈락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정답’을 못 찾았기 때문”이라면서 “축제를 기획사에만 맡길 뿐 자체적으로 축제 기본계획서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군과 축제추진위의 무능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왕인문화축제는 이미지 구축에 실패한 축제다. 지역의 고유문화를 보여주지 못하는 프로그램은 과감하게 줄이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킬러 콘텐츠를 만들라”고 주문하면서 “지금의 종합축제가 아니라 왕인박사에 초점을 맞춘 전문축제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올해 개최되는 축제와 상관없이 축제의 장기적인 발전방향에 대한 용역을 10월쯤 나올 수 있도록 의뢰해 내년 문화관광축제 신청 기획서로 활용하라”고 주문하면서 “낭비성 또는 퍼주기 식 축제가 아니라 돈 버는 축제를 위해 예컨대 ‘왕인박사 모자’ 같은 관광 상품을 만들 것”도 제안했다. 아울러 ‘발전방향용역’은 모든 영암군민이 공감해야 한다며 축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역시 문체부 축제평가위원인 전주대 최영기 교수(관광경영학과)는 “이대로는 문화관광축제 재진입은 어렵다”면서 “장기적 측면에서 문체부의 문화관광축제 선정을 계속 염두에 두고 축제를 추진할 것인지, 형태와 내용을 바꿔 영암의 다른 좋은 콘텐츠(예컨대 氣)를 키워나갈지 여부에 관심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왕인문화축제를 지역민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지역민들이 왕인문화축제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 문화관광축제 선정여부를 신경 쓸 필요 없다”면서 “지금 형태로는 결코 쉽지 않다. 이번 기회에 혁신 내지 뒤집지 않으면 안 된다. ‘주연’만으로는 재미없는데 왜 계속 고집하느냐. 조연이 주연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라며 축제의 지향점과 내용에 대한 지역민과의 공유 작업을 먼저 할 것을 제안했다.
전남도 축제평가위원인 전남발전연구원 송태갑 연구원은 “왕인문화축제는 아이디어가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가 더 많다. 전수 또는 계승에 치중할 것이냐 위락 또는 관광에 치중할 것이냐에 대한 선택이 본질이다. 제안서에서는 왕인문화를 찾을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인물축제라고 성공 못할 이유가 없다. 1년 내내 축제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축제기간 영암읍은 어떤 상황이냐”고 반문했다. 송 연구원의 지적은 기획사가 낸 제안서를 평가하는 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왕인축제의 본질과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요지여서 주목을 끌었다.
이날 자문회의에서는 몇몇 아이디어도 일부 제시됐다. 왕인이라는 주제에 기(氣)를 소재로 추가하자는 제안도 나왔고, ‘왕인박사 일본가오!’ 퍼레이드를 매일 개최하자는 제안과, 왕인박사하면 천자문, 종이, 도기 등이 연상된다며 이를 소재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축제 개최를 불과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을 기대하며 자문회의를 연 군의 의도는 애당초 무리수였고, 회의 내내 자충수만 뒀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남도 축제평가위원인 순천대 공옥희 교수(만화에니메이션학과)는 “축제가 3개월 남았다”면서 “오늘 자문회의를 축제가 끝난 뒤 열었으면 굉장히 도움이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더구나 회의가 끝난 뒤 일부 교수들은 “불과 3개월 앞둔 축제의 제안서를 들이대며 이를 평가하고 새 아이디어 제출을 강요받은 불쾌한 느낌이었다”면서 그러나 “상당수가 왕인문화축제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고, 문화관광축제 선정을 계속 염두에 둘지도 고려해야 하며, 특히 영암군민들의 생각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대단히 의미심장한 지적인데 이를 받아들여야할 영암군은 전혀 심각한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전남도 축제평가위원들은 “축제의 발전방향에 대한 난상토론을 기대했으나 문체부 평가위원들에게 아이디어만 구걸하는 회의가 됐다. 문화관광축제가 되려면 먼저 전남 대표축제가 되어야 하는데 의견을 들으려는 준비조차 안돼 있었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또 “지금 상황에서는 기획사의 제안서를 바꿀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새 아이디어를 반영하기도 시기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올해 문화관광축제 재선정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본 것이지 장기적 발전가능성까지 부인한 것은 아니다”면서 “지금이라도 축제의 정체성에 대해 군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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