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열과 떠나는 북한여행 북한 방문 21일째 이야기<36>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6년 12월 16일(금) 14: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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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며칠 동안은 막 전학 온 학생처럼 매사에 서먹했는데 제법 낯이 익을만하니 떠날 때가 되었다. 워낙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지만 이곳 호텔 반찬도 입맛에 맞고, 밖에서 사 먹는 점심이나 저녁도 비싸지 않은 값으로 제법 호사 했는데 그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오늘은 저녁에 해외동포위원회 담당관과 저녁을 먹는 일 외에는 특별한 일정이 잡혀있지 않다.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어제 노점상에서 사 온 사과를 식당에 가져와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런던 조선족 교회 목사와 함께 먹었다. 영국에도 중국에 살던 조선족들이 꽤 많이 들어와 정착하고 있다고 한다. 제3국을 경유하여 들어온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들을 돌보아 직장 등을 알선해 주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선교사업차 방문했다고 한다. 미국에도 상당수의 조선족들이 들어와 살고 있으며, 그들을 위한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미주 한인사회에서 펼치고 있는데 비슷한 일을 영국에서도 하고 있는가 싶다.

호텔 프런트에 영자 신문 평양 타임즈(The PYONGYANG Times)가 보인다. 8면 신문인데 1면 톱기사는 새로 짓고 있는 과학자 아파트를 현지 지도하는 김정은 사진과 관련 기사가 올라있다. 정치, 경제, 국제뉴스, 체육, 과학 기사가 골고루 취급되어있다. 주로 평양 주재 외국인을 위한 신문이라고 한다.

전화국에서
미국 집에 전화를 하러 호텔 3층에 있는 전화국에 올라갔다. 사무실에 여직원 두 명이 앉아서 접수를 받고 있다. 중국인 남자 셋이 먼저와 대기하고 있다. 작은 방에 담배 연기가 가득하다. 전화 받은 칸이 셋인데 어찌나 큰 소리로 전화를 하는지 옆 칸에서 전화를 받을 수 없을 정도다.
그들이 끝내고 나간 다음 전화를 신청했다. 전화국 직원이 전화를 연결시켜주면 전화 받는 칸에 가서 전화를 받는 구조다. 집에 사람이 없어 내일 오전에 평양을 출발할 예정이라는 녹음을 남겨놓았다.
통화를 끝낸 다음, 다른 손님이 없어 전화국 여직원과 얘기를 나누었다. 한 분은 여덟 살 딸이 있고, 또 다른 직원은 아직 미혼이라고 했다. 작은 사무실이니 혼자서도 일처리가 가능할 성 싶은데 두 명이 함께 근무하는 거냐고 묻자 대답 대신 웃기만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분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고 했다. 불편한 점은 없냐고 물었더니, 직장에 나오는 동안 살림을 맡아 해주니 편한 부분이 더 많다며 웃는다. 일요일이면 시어머니 모시고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문학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두 분 모두 대학을 졸업했다니 알 수 있겠다 싶어 이북 출신 김소월이라는 시인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금시초문이라고 한다. 그러면 혹시 ‘진달래꽃’이라는 시를 읽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니 그 또한 모르는 일이라고 대답한다. 북한 출신이지만 백석도 소월도 북쪽에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시인인 모양이다.
소련에서는 소월만을 연구하는 학자가 있다고 했다. 체코, 폴란드 등에서도 한국 설화집과 속담연구까지 행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공산권에서도 한국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소월을 모른다.
식당에서

그동안 김 참사와 함께 다니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주로 내가 묻는 쪽이었지만, 때로는 북한의 정치체제에 대해 김 참사가 길게 설명하기도 했다. 오늘은 북한의 토지개혁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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