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끝자락, 불씨는 여전히 조심스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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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 01일(목) 15:37
영암부군수 윤재광
산불조심기간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긴 겨울과 메마른 봄 사이, 한 번의 실수가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서 행정과 주민 모두가 멈추지 않고 불을 경계해 왔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영암군에는 산불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산불은 늘, 마지막에 방심한 틈을 노린다. 그렇기에 끝날 때까지는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

올해 봄은 유독 마음을 놓기 어려운 계절이었다. 강풍주의보가 일상이었고, 한달 넘게 비 한방울 내리지 않던 날씨가 계속됐다. 기후위기로 인한 고온·건조·불규칙한 바람은 단 하나의 불씨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고, 산청과 울산에서는 순식간에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그 어느 해보다 위기감이 높았던 올봄, 영암군의 산불 제로화를 향한 의지와 실천은 산불처럼 뜨거웠다.

영암군은 군청과 11개 읍면에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설치·운영하고 48명의 진화대를 배치해 매일 순찰하며 산림을 지키는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또한 실제 발생 상황을 가정한 정기적인 모의훈련을 통해 신속대응체계를 더욱 견고히 구축했다.

야간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신속대기조를 운영하여 돌발 상황에 대비했고, 주요 지역에 설치된 5개의 감시카메라를 통해 24시간 대응 체계를 유지하며 한순간도 경계를 놓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 위에 주민의 협조와 실천이 있었다.
조심하고, 참아주고, 함께해준 주민들 덕분에 불법 소각은 눈에 띄게 줄었다. 마을 방송은 경고가 아닌 약속처럼 울렸고, 현수막은 금지의 표현이 아니라 ‘함께 지키자’는 신호였다.

이 조용한 봄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누군가 매일 산을 올랐고, 누군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바람 방향을 살폈다. 누군가는 태우지 않았고, 누군가는 신고했고, 누군가는 기다려줬다. 그런 함께함이 영암을 지켜낸 것이다.

5월 중순이면 산불조심기간도 마무리된다. 그러나 마지막 며칠이 가장 중요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뉴스 화면을 가득 채웠던 대형 산불은 이제 차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가고 있다. 불길은 진화됐지만, 그 잿더미 위에 남은 상처는 쉽게 복구되지 않는다.

위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익숙함이 경계를 무디게 할 뿐이다. 끝이 보일수록, 마음이 풀어질수록, 우리는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산불은 한순간이고, 상처는 오래 간다. 불은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것이다.

지금 이 조심스러운 끝맺음 속에서도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영암은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그 끝을 군민과 함께 만들고자 한다. 꺼진 불도 다시 보고, 자나 깨나 불을 살피는 일 그 말은, 마지막 날까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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