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1인1표제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5년 12월 12일(금) 09:38
조정현 달나산대표
내란 1주년이 지나고 바로 이틀 후인 지난 12월 5일,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뜻이라며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고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1인1표제를 부결하였다. 그러나 부결이라는 결과보다도 더 이상한 것은 유효투표수의 거의 압도적인 찬성에도 과반 득표에서 단 몇 표가 부족하여 부결되었다는 것이고, 온라인 투표이기 때문에 늦게까지 하여도 무리가 없는 투표를 오후 3시에 마감한 것이다. 마감 시간은 내부 회의를 통해 미리 정해진 시간이라고 하여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누군가 정리한 내용에 의하면 투표권이 있는 중앙위 재적 위원은 596명이다. 투표에 상정된 안건은 과반인 298명이 투표에 참여하면 의결 정족수가 성립되는데,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되었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정당의 수치이다. 당원과 함께 더불어 간다는 당명을 가진 당에서 절대다수 권리당원의 뜻을 저버린 것은 충격적이며, 작년 윤석열 탄핵안 표결이 무산되었던 12월 7일 국회를 떠올리게 한다. 그날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국회의원 권리인 투표권을 행사해주길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호소하였는데, 1차 탄핵 결의안 당시와 이번 민주당 중앙위원회 의결은 묘하게 오버랩된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1인1표제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사항인데 너무 급하게 밀어붙인다고 한다. 그리고 1인1표제의 부당함에 대해 말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에도 주장했던 사안이고 지난 당 대표 경선 때 정청래 후보와 박찬대 후보 두 분 다 1인1표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두 분의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것은 자신들의 임기인 1년 안에 시행하겠음을 의미하며, 그동안 1인1표제에 대한 합의는 충분히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부터 제기된 안을 지금도 너무 조급하게 서둔다고 하는 분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서 주장하는 것이라 추론한다.

1인1표제를 하면 당원 수가 많은 호남은 유리하고 당원 수가 적은 영남은 불리하니 부당하다는 주장은 어떤 생각에서 나왔는지 의심스럽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24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라고 정의하여 선거권, 즉 선거에 참여해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명문화하였으며, 국민투표법 제50조 2항에는 “투표는 직접 또는 우편으로 하되, 1인 1표로 한다.”라고 정의하여 투표의 평등권을 적시하였다. 1인1표제가 부당하니 보완하자는 주장에 따르면, 법률에 정하고 있는 평등권에 반(反)하여 영호남의 인구 편차에 의한 국민투표 값도 조정해야 하지 않는가?

1인1표제가 부당하니 영남 당원의 푯값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그대로 따르면, 결과적으로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고 있는 평등 투표권을 무너뜨리게 된다. 잘못되었다는 인식도 없이 이런 의견을 주장하고, 언론은 또 아무런 지적 없이 받아쓰기만 하여 국민을 오도(誤導)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금도 1인1표제가 아닌 대의원 제도 등을 통하여 투표 값을 차별화하여 법률이 정하고 있는 평등권을 위반하고 있다. 그러기에 투표 값 보완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여도 논리적인 것처럼 들리는 것이다, 잘못 만들어진 규정을 이제라도 옳음의 방향으로 가려 하였지만, 그 방향으로 아직은 갈 수 없게 되었다.

아이러니한 일은 수구 보수집단이라 할 수 있는 ‘국민의힘’에서는 당원 1인1표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그들이 만약 1인1표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날치기로 대통령 후보를 바꿔치기하려 하였던 당 지도부의 의도가 그대로 반영되어 국민의 힘은 김문수 대통령 후보가 아닌 한덕수 대통령 후보로 선거를 치렀을 것이다. 당 지도부의 음흉한 술책은 당원에 의해 막혀 한 표 한 표를 행사하는 당원 대중의 무서움을 알 수 있었다. ‘국민의 힘’에서도 이미 실행하고 있고, 90% 이상의 당원이 찬성하고 있는데 왜 민주당에서는 부결된 것일까? 한마디로 기득권이란 꿀단지를 두고 벌어진 눈치싸움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교 정치학 교수인 ‘스티브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은 트럼프의 1차 집권 당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을 써서 민주주의에 있어 정당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였다. 그리고 더 많은 권리를 갖는 대의원 제도가 꼭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곧 그들의 책 내용을 대폭 수정하여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라는 책을 다시 펴내게 된다. 이 책에서는 민주당보다 더 민주적이었던 공화당이 소수 엘리트에 의해 잠식당하여 민주주의와 멀어지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이전에 강조하였던 대의원 제도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조차 없다.

결론부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개혁안 세 가지를 주장하는데, 첫째는 “투표권 확립”, 둘째는 “선거결과가 다수의 선택을 반영하도록 만들어야 함”, 셋째는 “지배하는 다수의 힘을 강화해야 함”이다. 투표권 확립은 미국 간접선거에 관한 사항이니 이에 대해 논할 필요는 없다. 둘째, 셋째의 개혁안은 소수의 지배(대의원 제도 등)가 아닌 다수가 선택한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다수에 힘을 실어주는 방안을 실행해야 함을 설명한다. 이어 ‘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침묵’이며, ‘비판에 대한 두려움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할 때 싸움은 끝난 것’이라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개인 미디어가 활성화된 현재 우리는 정보의 보편화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엔 정보 왜곡 등의 이유로 선동가들에 의해 일반 대중의 현혹됨을 막기 위하여 대의원 제도 등이 필요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깨어있는 민주시민의 역량과 현명함이 정치인의 수준을 능가하고 있음을 당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엄중한 시대를 헤쳐나가고 있는 이 시대, 민주당이 대한민국 국헌을 수호하는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정당이라면, ‘국민투표법’에도 명시된 1인1표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기를 열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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