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 참사 1년, 유족들은 왜 거리를 떠나지 못하는가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
| 2026년 01월 02일(금) 10: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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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딸을 잃었던 유가족의 안타까운 부고를 접했다. 사랑하는 자녀의 죽음 앞에서 1년 가까이 '왜'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단 하나의 명확한 진실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야 했던 아버지의 비통한 외침은 진실을 염원하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은 슬픔과 무거운 책임감을 남긴다.
이 참사의 진실이 제때,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구조적인 모순에 있다.
◯ 국토부의 셀프조사
사고조사를 맡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국토교통부 산하에 있다. 문제는 국토교통부가 공항시설 관리, 관제, 항공안전 정책 등 참사의 원인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책임질 가능성이 있는 주무 부처라는 점이다.
결국, 국토부의 산하 기관인 사조위가 국토부를 조사하는 것은 그야말로 '셀프 조사' 구조이다. 유가족들은 참사 직후부터 이 구조가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줄곧 지적해왔다. 실제로 경찰이 이미 국토부 관련자 18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입건한 점은 유가족의 걱정이 결코 기우가 아니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 유가족은 구경꾼이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넘어, 조사 과정에서 사조위의 활동 자체도 유가족들의 강력한 불신을 사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정보 독점과 불투명성 때문이다.
사조위는 핵심 자료인 조종실 음성녹음장치(CVR)와 비행 기록 장치(FDR), 기록의 공개를 1년째 거부하고 있다. 이 정보들은 참사 원인을 분석할 수 있는 기초 중의 기초 데이터이다. 사고 직전 4분간의 블렉박스 기록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 기록 공개를 하는 것은 진상규명을 위한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사조위는 '사고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모호한 이유로 비공개 원칙을 고수한다.
이는 12·29 참사 특별법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특별법은 유가족의 정보 접근권을 명시하고, 다른 법률보다 우선 적용되며, 정당한 사유 없는 자료 비공개를 허용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정보조차 공개되지 않는다면 진상규명의 공론화는 첫 단추부터 막혀버릴 수밖에 없다. 유가족은 진상규명의 구경꾼이 아니다. 정보를 공유하고 사고 원인을 함께 밝혀가는 조사 활동의 주체이다. 핵심 정보에서 소외된 유가족들이 "도대체 무엇을 조사하고 있느냐"고 항의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 결론을 정해놓은 듯한 '조종사 책임론' 발표
사조위는 지난 7월 중간발표에서 '좌측 엔진 정지'의 원인을 조종사의 책임으로 단정 지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사고의 원인은 기체 결함, 공항 시설의 구조적 문제, 로컬라이저 위치, 조류 관리 부실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요인일 수 있다. 그런데 객관적인 근거 제시 없이 특정 원인만을 부각하는 발표는 '결론을 미리 정하고 발표한 것 아니냐'는 강력한 불신을 낳았다. 조사기관은 결론을 미리 정하고 조사 과정을 그 결론에 짜 맞추려 했다는 비판을 가장 피해야 한다. 사조위의 발표는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 의혹만 키우는 '일방통행식 공청회' 강행
이러한 상황에서 사조위가 핵심 자료 비공개, 사실조사보고서 부재 등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오는 12월 4일과 5일 공청회를 서둘러 강행하려는 모습은 의혹을 더욱 키운다.
외부 전문가 질의 시간을 15분으로 제한한 일방적인 설명회 구조는 '공청회'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사전에 음성 기록과 비행 기록 등 기초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합리적인 질문과 토론은 불가능하다. 이는 유가족의 의견을 청취하려는 절차가 아니라, 사조위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피력하려는 '일방통행식 요식 절차'일 뿐이다. 유가족들이 공청회를 강력히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는 이번주에 사조위를 국토부로부터 분리해 총리실 산하 독립 기구로 이관하는 법 개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입법부조차 지금의 구조로는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음을 인정한 명백한 방증이다. 이러한 시점에 서둘러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의혹을 잠재우는" 것이 아니라 "의혹을 키우는" 결과만을 낳을 것이다. 사조위는 이제 조사를 중단하고, 새로운 설치될 중립 기구에 진상규명 과제을 넘겨야 할 것이다.
◯ 진실 규명은 안전한 하늘을 여는 유일한 열쇠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1년이 지나도록 왜 진실은 오지 않는가? 그리고 이 구조적 모순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무안공항의 정상 개항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새로운 하늘길이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다. 그러나 하늘길이 다시 열리기 위한 전제조건은 단 하나, 바로 '안전한 공항'이라는 국민적 믿음이다. 이 믿음은 오직 독립된 조사, 투명한 자료 공개, 책임자에 대한 마땅한 처벌을 통해서만 확보될 수 있다. 조사가 편향되었거나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채 내려진 결론과 재발방지책은 결코 신뢰받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청회 강행이 아니다. 먼저 사조위가 국토부로부터 독립되고, 핵심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진상규명이 공론화되며, 유가족과 전문가가 함께하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진실은 희생자들의 당연한 권리이자, 이 사회 전체가 안전한 하늘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공공의 의무이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