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하우스로 사람냄새 나는 동네를 만들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1년 10월 28일(금) 10:12
고 재 득
서울 성동구청장
신북면 장산리 출신‘웰컴투 동막골’이라는 영화를 보면 마을에 들어오게 된 인민군이 마을 촌장 어르신에게 큰 소리 한번 안내고 마을 사람들을 휘어잡는 위대한 영도력의 비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나이 지긋한 촌장 어르신은 퉁명스럽게 이야기한다.
“영도력? 글쎄, 일단 뭘 많이 멕여야지”
아침 일찍 무거운 몸을 일으켜 학교와 회사로 향하는 만원버스에 몸을 싣는 일, 신발이 닳도록, 목이 쉬도록 일을 하는 것 모두 어찌 보면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바동거림이 아닐까.
요즘 대학생들은 치솟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휴학과 아르바이트를 반복하고 있고 좁아진 취업문에 학자금 대출이라는 짐까지 짊어지고 있다. 정식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길이 막막해져버린 것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을 온 학생들은 형편이 더욱 어렵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하숙비 때문이다. 필자가 구청장으로 근무하는 성동구만 보더라도 1억 미만의 전세 아파트는 자취를 감췄다. 주택난과 인구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재개발 사업으로 전세값이 치솟았고 하숙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가구 주택이 사라지면서 하숙비도 함께 뛰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한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달 고시원 비용과 밥값을 더하면 한 달에 생활비만 약 100만 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일정한 수입이 있는 직장인에게도 한 달 생활비 100만원은 적은 비용이 아니다.
5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다.
취업을 위해서는 학점관리, 영어공부, 봉사활동 등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시간도 여유도 없다.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도서관에서 공부에만 열중할 수 있는 친구들을 보면 나만 도태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하다.
20대. 가장 아름답고 뜨겁고 거침없어야할 시기가 아닌가. 사회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과 토론으로 밤을 지새우고 사랑에 눈물짓고 미래와 진로에 대한 고민에 괴로워해야할 시기에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눈물짓고 괴로워해야하는 이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나는 10년 만에 대학 졸업장을 받았다. 20대 시절을 정치적 격변기에 민주화를 갈망하는 뜨거운 가슴으로 보냈다. 지금의 학생들과 견주어 생각해보면 나는 낭만적인 대학생활을 보낸 것 같다. 적어도 하고 싶은 공부를 ‘돈’ 때문에 중단한 것이 아니니 말이다.
이러한 우리시대의 대학생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관내에 한 달 하숙비가 15만원인 하숙집을 만들어봤다. 서울 한복판 성동구 도선동 15번지 일대에 재개발 소문으로 버려진 10여 채의 집들을 집주인을 설득하여 수리를 시작했다.
구청에서 도시가스 등 기반시설을 지원하고 집주인은 내부수리를 맡았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집주인은 버린 것이나 다름없던 집에서 얼마만이라도 임대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대학생들은 한 달 15만원의 하숙비로 아침밥도 지어주는 하숙집을 구했다.
빈 집들로 황량했던 동네 분위기까지 밝아졌다. 모두가 행복해졌다하여 ‘해피하우스’라고 이름을 지었다.
넓은 방은 아니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밥 짓는 냄새가 나고 사람 사는 냄새도 난다. 방문을 열면 옆방 형들이 아침인사로 맞아주고 양말을 뒤집어 벗어놓았다는 관리인 아저씨의 타박 아닌 타박도 이어진다.
많은 수의 학생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학생들의 짐을 덜어줄 수 있게 되어서 자식을 둔 부모로서 뿌듯하다.
우리사회는 ‘보편적 복지’와 ‘포퓰리즘’으로 한 차례 홍역을 앓았다. 하지만 그 답은 촌장어르신의 대답처럼 의외로 간단한 것이 아닐까. 먹고 살 수 있도록, 꿈을 꿀 수 있도록 등록금 인하나 해피하우스와 같은 주거 정책이 마련되어야한다.
우리 청년들이 등록금, 생활비와 같은 걱정을 덜고 맘껏 공부할 수 있게 우리 어른들과 지역사회가 도와줘야 한다. 이것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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