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廉恥)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2년 03월 02일(금) 11:26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의 항우본기(項羽本紀)는 초패왕 항우(項羽)에 대한 기록이다. 천황봉의 주제인 염치(廉恥)와 관련된 이야기는 여기에 나온다.
해하(垓下)에서 사면초가에 몰린 그는 장강 기슭에 도착해 동쪽으로 오강(烏江)을 건너려했다. 이 때 오강의 정장(亭長)이 배를 강 언덕에 대고 항우가 배에 오르기를 독촉했다. 하지만 항우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늘이 나를 버리는데 이 강을 건너서 무엇 하겠는가? 내가 강동을 떠나 서쪽으로 갈 때 강동의 젊은이 8천과 함께했는데 모두 죽었다. 설사 강동의 부모형제들이 불쌍히 여겨 나를 왕으로 삼아 준다 한들 내가 무슨 면목(面目)으로 그들을 대하겠는가?” 이렇게 말한 항우는 한나라 군사들과 싸우다 적장 중에 옛날 그의 수하였던 여마동(呂馬東)이 있음을 보고는 “내 그대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리라” 하고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항우가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긴 것은 바로 다름 아닌 면목(面目), 즉 염치였다.
오늘날 우리사회, 특히 현 정부 들어 실종된 덕목을 꼽으라면 바로 이 ‘염치’일 것이다.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서민들은 만져볼 수도 없는 거액이 일개 비서관과 운전사를 통해 오갔는데도 정작 그 상전들은 모르쇠다 측근 비리 때문에 대국민사과를 한다던 대통령이 “할 말 없다”고 얼버무린 것에서도 몰염치(沒廉恥)의 극치를 본다.
정수장학회(正修奬學會)에 대해 “나와는 상관없다”고 말하는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태도 역시 같다. 정수장학회는 다름 아닌 그녀의 부모에게서 이름을 따오지 않았는가. 최근에는 법원까지도 그 설립과정이 강압에 의한 것임을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그녀 스스로도 억대연봉을 받았던 장학회 이사장이었다. 지금도 그녀의 측근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부산시민들에게 돌려줘야한다는 당연한 주장에 애써 귀를 막으려는 그녀에게선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인 염치가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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