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홍 의원의 초선일지(初選日誌)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2년 08월 03일(금) 10:15
오늘 오후 4시 이른바 ‘긴급 의원총회’가 있다. 두려움을 떨치고, 몇 날 며칠의 고민 끝에 이 글을 올린다.
얼마 전 한 언론기관 여론조사 결과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검찰소환에 응해야 한다’는 응답이 75%였다. 굳이 여론조사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저렇게 이곳 저곳(우리 지역인 광주·전남을 포함해서)에서 들어보노라면, 박대표 자신이 떳떳하게 검찰에 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반응들이 절대 다수다.
오늘 이 글을 올리려 하니 착잡하고 말 그대로 만감이 교차한다. 이해찬 당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방침에 토를 다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 박지원 선배님과의 인간관계를 생각할 때 흔들리고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어머님은 우리들이 어렸을 때,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씀을 수시로 훈계하셨었다. ‘가만히 있으면 될 일을 왜 꼭 이렇게 나서야만 하는가?’는 자문도 숱하게 해 왔다.
그런 갑갑한 마음을 지난 7월23일 ‘초선일지’(“답답하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에 조심스럽게, 나만 알 수 있는 표현으로, 마치 암호처럼, 써 봤었다. 그렇게라도 해서 자꾸만 움츠려드는 내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을 허공에다 기록해두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이틀 뒤의 ‘초선일지’(“왜 이리 일반 시중 의견과 국회 주변의 주도 의견 사이에 간극과 괴리가 존재하는 건지 모르겠다. 안타깝고, 답답하다.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뿐이다. 시중 의견이 잘못된 것일까….”)에도 비슷한 심경으로 메아리 없고 실익 없는 넋두리를 게재해 봤었다.
그러다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쓰기로 하는 건 두 가지 때문이었다. 하나는, 이 문제에 대한 국민 여론이 너무도 확실하다는 것, 국민 여러분들의 뜻이 이처럼 분명히 형성되어 있는데도, 침묵하거나 ‘굴종’한다면 비겁한 책임 회피일 뿐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른 하나는, 뭐가 그리도 두렵고 무섭냐는 스스로에 대한 못마땅함 때문이었다. 네가 두려워하는 게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국민 말고 또 있었더란 말이냐는 자기 추궁에 고통스러웠다. 지금 너 황주홍은 다음 국회의원 공천이 두려운 거로구나, 당 핵심 지도부의 눈밖에 나는 것이 그리도 두려운 거였구나, 하는 자기 검문에 힘들었다. 그래서 나서기로 했다.
나는 지난 7월18일의 대정부 질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자꾸만 실기(失機)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엄청 큰 사건으로 구속됐으면 무용한 좌고우면 집어치우고 단도직입적으로 단순하게 사과하라고 비판했었다. 형이 구속된지 보름만인 엊그제(7월25일)에 하는 대국민 사과가 무슨 감동과 동정심과 정치적 실효(實效)를 기대할 수 있다는 건지 이 나라 최고 정치지도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판단과 처신이 한심하다.
마찬가지다. 내 생각과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이렇다. 검찰이 1차 소환 통보할 때 박 대표는 응했어야 옳다. 박 대표는 결백을 주장했고, 나와 많은 우리들은 그걸 믿고 있다. 또 정말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런 박지원 대표라면, “소환에 응하겠다. 가서 결백과 무죄를 입증하고 나오겠다. (민주)당은 비켜 달라. 당은 지켜봐 달라. 결코 이 박지원은 당의 부담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했어야 맞다. 이런 반응과 이런 행동을 지금 많은 국민들은 기대했었다. 그런데 박 대표는, 이 대통령처럼, 실기했다.
얼마 전 의원총회에서 한 의원이, 우리 당의 대선후보들이 박지원 검찰소환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각 후보들은 이에 대한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었다. 그렇지만 그 뒤로도 그 어떤 후보도 여기에 대해서 언급하고 나서지 않았다.(최근 들어 대선후보들 간 토론회에서 주최측 사회자가 입장을 묻고 나오니까 그때서야 각자들의 입장을 소극적으로 피력했을 뿐이다.) 국민들 표를 애타게 추구하는 대선 후보들이 박 대표의 검찰소환 문제에 대한 강경대응이 호재라고 생각했다면, 왜 모든 후보들이 약속이나 한 듯 못 본 체 비켜가며 언급을 삼가고 쉬쉬하는 분위기였겠는가.
우선, 무엇보다도,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우리 정치권에 대한 기준이자 유일 최종 평결자인 국민들은 일체의 특권과 반칙에 분노하고 있다. 정치권과 국회의원들의 특권과 기득권에 대한 국민 불신과 거부감은 지금 하늘을 찌르고 있다. 왜 일반 국민들은 소환되고 조사받는데, 국회의원(들)은 그걸 거부하고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느냐는 거다. 한 일간지에 보면, ‘방탄국회 공세로 민주당 지지율이 3∼5%p 떨어질 수 있다. 지금 털지 않으면 더 어렵다’는 기사가 나온다. ‘한겨레’에서도 박지원 대표의 문제가 민주당의 악재로 기사화되어 있다. ‘연합뉴스’에서도 민주당이 박지원 대표 문제로(안철수 현상과 야권연대와 더불어) 3중고를 겪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다수의 시중 여론은 ‘박지원이든 누구든, 잘못한 게 있으면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여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금 우리 민주당처럼 속내와 셈법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이 민심을 당 대표와 원내대표께서 읽고 계신지, 잘 모르겠다.
‘박지원=민주당’이라는 등식과 등치는 무모하고 위험하다. 당 지도부는 뭐라고 할지 몰라도, 지금 일반 국민 여론은, 검찰이 아니라 검찰 할아버지라 하더라도 죄가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 여론이 검찰을 완전히 믿고 신뢰한다는 것도 아닐 것이다. 검찰도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검찰이 물고문하고 두들겨 패고 허위조작하고 할 정도는 아니지 않느냐고 보고 있는 거다. 결백하다면 응해야 한다는 거다. 이런 국민 여론이 엄연한 마당에 우리 민주당이 사실상의 ‘당론’과 ‘당 방침’으로 우리의 원내대표를 기를 쓰며 무리하게 에워싸고 있겠다는 모습은, 소수의 열렬한 어떤 부류의 지지자들은 만족시킬런지 몰라도, 절대 다수 국민들의 호응을 얻긴 어려운 모습이다. 우리 입맛대로 가겠다면서 국민 지지를 기대하고 대선 승리를 목적한다면, 그건 말릴 수 없는 오판이 되고 말 거다. 대통령 친형도 소환에 응했고 그 결과 지금 구치소에 구속되어 있는데, 왜 야당 대표가 안 가겠다고 버티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국민 여론이 수두룩하다. 정말 민주당이 집권하기를 원하는 거 맞느냐고 비아냥대는 이들도 많이 만났다.
이른바 ‘방탄국회’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국민 여론이다. 방탄국회를 열어 우리 원내대표를 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방탄국회로 우리들과 민주당은 구제불능의 집단으로 매도되고 말 것이다. 도대체 한 개인을 위해 국회가 방탄이 되고, 열렸다 닫혔다 한다는 게 얼마나 끔찍하고 기상천외한 발상인가. 일부 정치 지도자들의 이 오만한 발상에 국민들이 몸을 부르르 떨고 있다는 거 정말 모르는 걸까? 방탄국회, 안 된다. 이것이 일반 시중 여론이다. 제발 시중 여론을 얕잡아 보지 말자.
박지원 선배님께, 죄송한 마음으로 촉구한다.
박 선배는 산전수전 다 겪은 이 나라 정계의 최고 거물이며, 최고 지도자입니다. 큰 그릇다움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깨끗하게 출두하시는 겁니다. 그리고 멋지게 살아 돌아오시는 겁니다. 그러면, 국민 여론은 박지원 선배님께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낼 것이고, 검찰과 이 정권의 콧대는 납작해지고 말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역설적으로, 선배님과 당에 제공된 이 절호의 기회를 왜 호재로 활용하시지 못하고, 자꾸만 이 치유불능의 악재로 만들어가고 계시는지, 선배님답지 않습니다. 검찰 정문으로 당당하고 힘차게 우리들 모두의 도열 속에 어서 검찰 소환에 응해 주실 수는 정녕 없으시겠습니까? (체포동의안에 대한 가결과 부결이라는 두 가지 상황과 독립적으로, 박 선배께선 스스로 지금 검찰 조사에 응하셔야 합니다. 그것이 그나마 선배님이 살 수 있는 마지막 경우의 수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나마 민주당이 대선이라도 치러볼 수 있는 마지막 카드입니다. 제발, 제발, 시중에 나가 국민 여러분들께 직접 물어봐 주십시오. 간곡한 호소입니다.)
이해찬 당 대표께 제안합니다.
이 문제를 ‘당론’으로 만들지 말아 주십시오.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를 당론으로 하지 맙시다. 국민 여론의 질타와 역풍을 더 이상 자초하지 맙시다. 지금까지 1,2,3차 소환 불응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게 박지원 선배 개인 혼자라고 생각하신다면 지독한 오산입니다. 나(이 대표님 개인)도 함께 비판받더라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또한 지독한 오판입니다. 지금 무너지고 있는 것은 민주당과 민주당의 집권 가능성입니다.
나는 지금이라도, 많이 늦었지만, 민주당과 박지원의 지혜로운 분리를 얘기하고 싶다. 지금 이 문제는 이미 민주당의 최고 악재가 되어가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그 분리의 길을 가야 한다. 그것이 공멸을 피하는 거의 유일한 출구일 것 같다. 그것이 지금의 국민 눈높이다. 제발 국민 여론에 맞서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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