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을 만나러 통영에 간 백석이 객줏집에서 홀로 떠먹었을 갈치호박국 나락 탈곡하는 날 마람 엮는 날 엄마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갈치호박국을 끓였다 비릿한 갈치와 호박의 들큼한 맛이 조화를 부려 논 두레상에서 가시를 발라주던 엄마의 분주한 손끝 잊고 살아온 갈치호박국 위로 고향집 대추나무 아래 덕석이 펼쳐진다 그립단 말도 희미한 이제 그리운 이름마저 듬성듬성 호박국에 갈치 토막처럼 떠돈다 입의 기억은 세월과 반비례인가 최...
영암군민신문781호2023.11.17 14:12엄마는 내가 어렸을 적 동생과 내옷을 만들거나 짜입혀 주실 때 미완성 상태의 옷을 중간중간 우리 가슴에 맞춰보며 품 넓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음식을 만들 때면 양을 충분하게 하여 마을에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에게 갖다 드리는 심부름을 퍽 시켰다 보따리 장수에게 밥을 먹여 보내거나 사람들을 불러모아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우리집은 우리 식구가 아닌 사람들이 수시로 오고 갔다 엄마는 그런 일들을 당연하게 하는 것 같았다 이제...
영암군민신문780호2023.11.10 12:01주변은 적막 잠은 달아나고 창밖의 빗소리 보인다 밤과 밤사이 달리는 바퀴소리 보인다 이럴 땐 먼먼 기억이나 더듬어볼까 말똥말똥한 눈으로 생각을 짚어 가면 머릿속엔 빗소리만 더욱 크게 꽂이고 빗물이 가슴께를 넘쳐 축축하게 젖어다가오는 그림자 하나 호롱불 앞에서 빗소리 꿰어 캄캄한 밤을 꿰매던 어머니 정정례 2020년 월간 유심 신인문학상 제26회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삼정문학관 관장
영암군민신문779호2023.11.03 13:59산수화 속으로 들어가본다 기암계곡 물은 굽이굽이 청아하고 절벽 위 소나무 절개가 푸르다 신비한 안개낀 봉우리들의 기상 그 밑을 유영하는 선비 신선처럼 보인다 어디선가 바람불어와 한 줄기 바람 타고 상상의 나래속에 솔바람 향기따라 어느새 나도 백학이 되어 날아본다 꿈인가 생시인가 꽃피고 새울던 어느 봄날 한가하게 소 몰고 빨래하던 선남선녀 뚜렷한 풍경속의 상념들이 현실에서 나를 깨운다 물질만능시대 빠르게 변화하는 세태 일하랴 채울랴 뒤...
영암군민신문778호2023.10.27 14:59차가운 보도블럭 틈새로 가만히 얼굴 내미는 민들레 어둠 속에서 키운 수만 생각 옹골찬 꿈 꽃으로 피워내 조심조심 바깥세상 엿보지만 차마 엄두 못 내고 몸 낮춰 꽃잎만 달싹이는 민들레 봉성희 영암문인협회 회원 솔문학동인회 회장 역임
영암군민신문777호2023.10.20 13:56전석홍 시인 전 전남도지사
영암군민신문776호2023.10.13 14:57보이는 것이 넘치고 귀에 담는 것이 많아 보이는 만큼 들리는 만큼 입으로 지은 죄 또한 많았다 싶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마음의 귀 보이지 않아도 그려지는 마음의 눈을 가질 수 있는 세월을 나이테로 그었으니 눈이 어두워지고 소리가 멀어지는 그 또한 감사입니다. 박춘임 '문학춘추' 시로 등단(2000년) 전남시문학상 등 수상 시집 '나이테를 그으며' 등 다수 수필집 '지...
영암군민신문775호2023.09.22 14:28보리타작이 끝나고 밭고랑 사이에 가만히 앉아 있는 보리 이삭 넓다란 밭고랑을 다 돌아 바구니 채워 집에 오면 어머니는 방망이로 보리 이삭을 가만가만 두드린 뒤 키질을 하면 깨끗해진 보리 알이 옹기 종기 들일이 끝나고 어둠이 지기 전에 엄마 손 잡고 복숭아 밭에 물물교환하러 가면 분홍빛 부드러운 복숭아 덤으로 먹고 바구니에 담아 집에 오면 모깃불 피워 오르는 평상에 앉아 너무 맛있어 웃어...
영암군민신문774호2023.09.15 14:28그냥 있어도 넘쳐나는 기쁨의 샘 멈출 수가 없다 부대끼며 살다가 누군가가 울고 웃게 하듯 누군가도 울고 웃을 수 있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채워주는 세상살이 그 넉넉함이 너이기에 좋다 언제까지나 오래오래 늘 곁에서 함께 하고픈 사람아 보고 있어도 그립고 또 보고픔은 너이기에 내 마음이 그래 노유심 영암문인협회 회원
영암군민신문773호2023.09.08 12:02오일 장에서 장화를 샀나 붉은 발에 오리들 물갈퀴 놀이 즐기고 백로는 외로이 먼 하늘 쳐다보며 언제쯤 짝이 오나 사색에 잠길 때 한잎 두잎 떨어지는 단풍 파르르 날아와 윤슬 밑에 숨어 지나는 여인들의 빈 가슴을 당기는 가을 살랑살랑 찬바람도 마음은 두둥실 산 그림자 따라오며 같이 가자 손잡는다. 강종림 월간 <문학바탕> 시부문 신인문학상 한국문학예술인협회 감사 저서 '저 살았어요' 외...
영암군민신문771호2023.08.25 1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