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출렁이고 숭어 떼 뛰어 놀던 그 시절은 어디가고 소죽도, 대죽도 홀로 남아 슬피 우네. 상대포, 아천포는 아시내개 만들더니 푸짐한 수라상 나라님도 감동하네. 도선국사 배 떠날 적 슬피 울던 백의암은 철새들의 낙원이라 오늘도 월출산은 은적산을 사랑하는데 구불구불 서호강 조개 잡던 아가씨들 물새들과 조잘조잘 입 모아 합창이라 황금들판 처녀 총각 함께 불던 풀피리 지게 위에 나락들은 너울너울 춤을 추고 배들내는 흐르는고. ...
영암군민신문728호2022.10.07 14:55시선을 따라 하늘표정과 눈맞춤하니 구름조각이 하늘에서 내린다 그리 싫지않은 온화한 기운은 또로로 내 볼에 스치고 맑은 구슬되어 흐른다 흰눈이 슬픔되어 흐르는 눈물인가 땅속에서 꿈틀대는 반가움의 눈물인가 노랑이랑 연초록친구랑 가방 메고 놀이터에서 만나자 이미나 2012년 '현대문예' 시 부문 등단 현 서영대학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 해돋이시문학회 회원
영암군민신문727호2022.09.30 14:32가로수 낙엽들이 색색의 등산복으로 갈아입은 날 기찬묏길 정자에서 가을의 정취와 녹차를 향기롭게 우려 바게트 빵과 함께 마신다 녹차의 깊은 맛과 영롱한 찻물 소리를 들으며 찻잔에 전해지는 따뜻함과 차의 맑은 색감을 음미하며 잠시 편안한 시간을 가져본다 가을이 오면 풍요로운 계절이지만 어느 한구석 쓸쓸함이 남아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된다 황혼의 뒤안길 길모퉁이 텃밭에 뿌린 씨앗들을 거두어들이는 노부부의 행복이 적을수록 나눔의...
영암군민신문726호2022.09.23 14:45참는 것은 몸에 해로우며 견디는 것은 몸에 병이 된다지만 참고 견디는 것이 어디 나 뿐이랴. 사는 것이 견딤이어서 울면서 견디고 가슴을 태우면서 견뎌서 스스로 인격을 완성해 가는 것 아니던가. 다만 견딤이 슬프지는 않아야 하리. 박춘임 '문학춘추' 시로 등단(2000년) 전남시문학상 등 수상 시집 '나이테를 그으며' 등 다수 수필집 '지금 열애 중', '인생,...
영암군민신문725호2022.09.08 13:53갈잎 쪽배 하나 둘 내려앉습니다 어디론가 바삐 떠나가는 갈바람 등짝에 업혀서 고운 손결 하늘하늘 주단을 펼칩니다 조심스레 밟고 걷는 발걸음마다 타다 남은 시간의 숨결들이 사각사각 발부리를 타 올라 내 마음호수에 파문을 일으킵니다 한 생애 붙잡아 주던 손을 놓아 버린 목숨들이 마지막 간이역에서 남은 것 다 쏟아내 삭막한 세상을 알록달록 물들입니다 비우고 또 비우라는 삶의 메시지를 날립니다 전석홍 전 전남도지사
영암군민신문724호2022.09.02 14:07모처럼 낸 휴가를 가을장맛비에 양보하고 온종일 스마트폰이랑 눈싸움 하던 날 퇴근하는 남편 따라온 꽃 한 다발 보라색 붉은색 연한 홍색 햐얀색의 천일홍 웬 꽃 하고 분홍색 마음으로 물으니 아는 언니 집 화단에서 데리고 왔단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아시려나 꽃을 들고 온 그 남자는 김선희 영암문인협회 회원
영암군민신문723호2022.08.26 14:06고추만 먹었네 상콤 메콤 기분이 좋았네 따주는 이파리 나물도 행복했네 하얗게 웃고 있는 반짝거리는 보석 나 좀 봐 주세요 환히 웃는 고추 꽃 아이구 미안해 강종림 영암문인협회 회원
영암군민신문721호2022.08.12 11:35노인 주간 보호 센터에서는 수인사하며 반갑게 내민 손에 따뜻한 온기가 아침 햇살에 깨어나면 내 생애에 최고의 행복한 날 기쁜 날이라고 움직임 없던 근육들을 깨우느라 이름처럼 부르단다 아이고 허리야 다리야 감자 박수 짝짝 고구마 박수 짝짝 오이 박수 짝짝 호박 박수까지 가을걷이를 다 마치고 하늘을 바라보며 이마의 솟은 땀을 훔치듯 온종일 까르르 까르르 해맑은 표정 숨김없는 웃음소리 누가 할머니라 이름하였는가? 어르신께 생애 최고의...
영암군민신문720호2022.07.29 13:27포도는 눈꺼풀도 없이 흰자위도 없이 까만 흑점입니다 손바닥들이 가린 초록과 초록 사이 알알이 매달린 눈동자들은 포도밭 고랑의 끝 아득한 소실점만 따라갑니다 탱탱하고 야무진 보라색이 연주도 없이 관중도 없이 날마다 부풀어 갑니다 그녀의 소문처럼 포도알 속엔 파랗고 붉고 검은 여름이 차례로 들렸다 갑니다 꼬리 물고 이어지는 소리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돌고 돕니다 돌아가는 길목엔 항상 깊고 깊숙한 소실점들이 숨어 있습니다 소문이...
영암군민신문719호2022.07.22 13:49생애 처음 마늘을 심기로 했다 이 사람 저 사람 귀동냥해 들은 대로 땅을 파고 퇴비와 살충제를 뿌리고 비닐을 씌우고 이런 일도 처음이었다 땅은 거짓이 없고 농사는 뿌린 만큼 거두고 건성으로 들었던 말들을 떠올리며 정성을 들였다 준비를 마치고 한 쪽 한 쪽 마늘을 심으며 그동안 무턱대고 먹었던 마늘 한 쪽에 뜬금없이 생기는 애착 불현듯 마늘쫑 꼬투리에 달린 열매까지 함부로 버리지 않으시던 어머니 마음 이런 것이었구나 ...
영암군민신문718호2022.07.15 1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