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끝나지 않았다
가을은 끝나지 않았다
  • 영암군민신문
  • 승인 2015.11.06 11:45
  • 호수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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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영
/세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중국의 시인 도연명(陶淵明z)의 '술을 마시다(飮酒)'라는 시에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따다가/ 그윽히 눈을 들어 남산을 본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미련 없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하게 사는 선비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시다.
뭇 꽃들이 다투어 피는 봄여름이 아니라 가을에 서리에 맞서 피는 국화는 전통적으로 고고한 지사(志士)의 기품과 절개를 상징했다. 한말의 대문장가 김택영(金澤榮)은 일제의 서리를 맞아 조국이 망해 가는데도 자신은 연명하고 있어 부끄러웠는데, 10월 26일 안중근 의거의 소식을 들었다. 그리곤 "살다 보니 이런 좋은 소식도 듣는구나(未死得聞消息好)/ 국화 옆에서 미친 듯이 노래하고 하염없이 춤을 추노라(狂歌亂舞菊花傍)"라는 시를 쓰며 환호하였다.
대표적인 가을꽃은 단연 국화다. 서리가 내려 지금까지 피웠던 꽃들은 모두 시들고 국화는 비로소 줄기를 꼿꼿이 세우고 가을을 맞는다. 국화는 꽃도 아름답지만, 향기가 깊어 고상하다. 뿐만 아니라 찬 서리를 이겨내고 우뚝한 국화의 모습은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익히 사군자의 하나로 자리한다. 모진 서리를 이겨내고 꽃을 피우니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 하지 않았던가.
가을이면 국화를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한편의 시가 있다. 서정주의 '국화옆에서' 이다. 꽃은 꽃이지만 사람의 맘을 훔치고 설레게 하는 꽃이 아니라 누님같이 포근한 꽃, 그 꽃이 바로 가을 중에서도 깊은 가을에 피어나는 노오란 국화꽃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서정주는 가을꽃의 대표꽃인 국화 한 송이가 피기까지 얼마나 어려운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지를 적절한 시어로서 표현했다. 특히 국화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지난 겨울부터 봄과 여름을 거치며 정성을 다해 국화를 가꾸어야 한다. 매일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거름을 주며 자식 키우듯 국화를 돌보야 아름다운 국화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국화가 피는 상강(霜降)은 양력 10월 23일경으로 24절기 가운데 열여덟 번째 절기다. 한로와 입동 사이에 들어 있으며 이 무렵이 되면 된서리가 많이 내리는 시기이다.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는 대신에 밤 기온이 매우 낮아지는 때이고 따라서 수증기가 지표에 엉겨 서리가 내리며, 온도가 더 낮아지면 얼음이 얼기도 한다. 상강 입기일로 부터 입동 절기까지 15일인데 ‘초목은 잎이 지고 국화 향기 퍼지며 승냥이는 제사하고 동면할 벌레는 굽히니’라고 중국의 세시기(歲時記)는 표현하고 있다.
매난국죽(梅蘭菊竹) 사군자(四君子) 중 하나인 국화. 그 황금빛 자태는 만추의 정감을 한껏 높여준다. 때맞춰 전국 곳곳에서는 국화축제가 경쟁하듯 열린다. 우리지역 영암 왕인국화축제는 29일 시작돼 11월 9일까지 이어지고 함평 대한민국국향대전이 23일부터 11월 8일까지 계속된다. 이밖에 서울국화전시회(29~11월 15일·서울광장), 동두천 소요산국화전시회(14~25일), 화순국화축제(22~11월 1일·남산공원), 서울 조계사국화향기나눔전(14~11월 15일), 유성 국화전시회(10~25일·대전 유성구 유림공원), 부여 굿뜨래국화전시회(22~11월 1일·서동공원 궁남지) 등에서도 그윽한 국화 향기를 만끽할 수 있다.
이 국화축제의 원조는 마산이다. 옛 마산은 우리나라 국화재배의 역사가 담긴 곳으로 1961년 회원동 일대에서 여섯 농가가 전국 최초로 국화 상업재배를 시작한 이후 현재 전국 재배면적의 13%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타가 인정하는 우리나라 국화산업의 메카이다. 마산은 국화재배에 알맞은 토질과 온화한 기후에다 첨단 양액재배 기술보급 등으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고  이 때문에 마산국화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홍보하고 국화소비 촉진을 위해 2000년부터 마산국화축제를 개최하게 됐다.
모든 것이 넉넉해지는 가을, 우리 지역 영암에서 넉넉하게 피는 꽃, 氣찬월출산 국화축제에서 보는 국화 옆에서 잠시 지친 마음을 기대며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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