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를 갈등의 회오리 속에 갇히게 만들었던 집단민원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신북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 허가처분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던 반대대책위가 패소했다. 소송비용 부담은 물론 자칫 업체로부터 손해배상소송까지 당할 처지에 놓였다. 감사원에 이어 법원판결로도 적법함이 밝혀졌는데도 계속되고 있는 반대대책위의 1인시위<사진>를 놓고는 군민들의 따가운 눈총이 쏟아진다. 집단민원을 빌미로 군정 발목잡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때문이다. 이에 앞서 미암면 선황리 레미콘 공장을 둘러싼 소송이나 한정마을 사료공장을 둘러싸고 대법원까지 간 소송에서도 주민들이 패소했다.
영암군의 인허가처리에 반발해 주로 행정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주민들이 이처럼 잇따라 패소한 이유는 딴 데 있지 않다. 각종 인허가 업무는 인허가권자의 재량사항이 아니라 관련 법규와 행정절차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허가권자는 접수된 인허가민원이 법과 절차에 어긋나지 않는데도 인허가해주지 않으면 뒷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소송이 줄을 잇는다. 아무리 민선시대이고 주민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일지라도 군수 역시 이런 처지에서 결코 예외가 아니다.
본보가 그동안 보도해온 집단민원의 현주소를 점검해본 결과 예외 없이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신북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 허가처분취소 청구소송의 경우 광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재영)는 지난 7월4일 선고공판에서 소송을 낸 반대대책위 관계자 가운데 상당수가 원고로서 적격하지 않다며 이들이 낸 소송을 각하했을 뿐 아니라, 적격한 원고들의 소송에 대해서도 “모두 이유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반대대책위가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해온 ▲공청회 미 개최 ▲방직공장을 재가동하는 것처럼 속여 주민 동의서를 받은 점 ▲군의 친환경농업 진흥의무 위반 등에 대해 재판부는 ▲공청회 개최사안이 아니고, ▲주민 동의서가 허가신청서류가 아니며, ▲군이 친환경농업 진흥의무 위반 등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최종 판단했다.
미암면 선황리 대경레미콘 공장설립 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도 법원의 유사한 판단이 내려졌다. 주민 36명이 영암군수를 상대로 낸 공장설립 승인처분 집행정지소송에 대해 광주지방법원 행정부(재판장 김재영)는 2012년10월22일자로 효력정지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광주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장병우)는 2012년11월5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레미콘 공장이 주민들 주장처럼 “심각한 수질 토양 대기오염이 현실적으로 발생해 농업환경이나 생활환경이 파괴되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길 것이라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1심 결정을 취소함은 물론 주민들의 취소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미암면 한정마을 사료공장도 마찬가지. 주민 19명이 낸 중소기업 창업사업계획승인처분취소 소송에 대해 광주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장병우)는 2012년8월9일 선고공판에서 군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하지 않았고, 업체 측이 주민들을 기망해 동의서를 받았다는 증거가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이 사건에 대해 주민들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2012년10월30일자로 최종 기각됐다. 특히 이 사건은 주민들과의 법적다툼이 장기화하면서 당초 사업을 계획했던 업자가 부도로 구속되고 현재 사업자 명의변경절차가 진행 중이다. 업체와 주민들 간에 씻기 어려운 앙금까지 남긴 것이다.
결론적으로 세 집단민원에 대해 법원이 내린 한결같은 판단은 군의 인허가결정이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하지 않았고, 공장 등의 건설로 인해 주민들이 입을 피해가 인허가를 막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주민들의 경우 헛심만 쓴 꼴이다. 소송의 모든 뒷감당을 해야 할 처지가 됐다. 군은 군대로 막대한 행정력을 낭비하는 피해를 입었다. 더구나 업체는 부도 등의 피해까지 입었다. 집단민원이 남긴 후유증은 모두를 ‘패자’로 만든 셈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뭘까? 우선 무조건 반대가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인허가는 법과 절차가 문제이지 무조건 반대는 절대 걸림돌이 아니다. 선거 등 정치일정이 임박하면 집단민원은 특정한 정치적 목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 건설폐기물처리장사태에서 이를 감지하는 이들이 많다. 이래서는 지역의 황폐화만 가속화할 따름이다.
아울러 아무리 주민이 직접 뽑은 군수라도 법과 절차에 문제가 없는 한 인허가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행정기관 역시 두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인허가 민원이 접수되면 즉시 반상회나 읍면, 이장 등을 통해 해당 마을 또는 지역에 알리고 업체와의 대화를 주선하는 등 협의부터 유도해야 한다. 업체 역시 법과 절차만을 앞세워 인허가를 강행하는 것은 장차 기업 활동에 큰 장애물을 만드는 일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결국 집단민원은 ‘상생’이 유일한 해법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