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태가(鬼胎歌)
검색 입력폼
 
오피니언

귀태가(鬼胎歌)

강상중은 1950년 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에서 폐품수집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는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한 재일교포 1세다. 일본이름으로 일본학교를 다녔던 그는 차별을 겪으면서 재일한국인으로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와세다 대학 정치학과에 재학 중이던 1972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 때부터 그는 “나는 해방되었다”고 할 만큼 자신의 존재를 새로이 인식하게 된다. 일본 이름 ‘나가노 데츠오(永野鐵男)’를 버리고 본명을 쓰기 시작했다. 한국사회의 문제와 재일 한국인이 겪는 차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했다. 그 뒤 은사의 권고로 독일 뉘른베르크 대학에서 수학한 그는 1998년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지 않은 한국 국적자로는 최초로 도쿄 대학 정교수가 된다.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를 쓴 강상중에 대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소개다. 이 책에서 그는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라는, 해방 후 한국과 전후 일본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 군인 정치가와 관료 정치가를 통해 만주국의 역사와 그 유산을 밝힌다. 그는 특히 두 사람의 뿌리가 제국주의의 분신인 ‘만주제국’이었다고 서술하면서 ‘제국의 귀태들’로 묘사한다. 귀태(鬼胎)란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뜻이다. 얼마 전 정치권을 뒤흔든 민주당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의 발언은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를 언급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고 했다. 국정원 정치개입 등 주요 정치현안에 대해 이상할 만큼 침묵하던 청와대가 발끈하고 나섰을 정도로 홍 전 대변인의 이 말은 정치권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그런데 얼마 뒤 국립공원 무등산에 자리한 사찰 문빈정사 앞에 이런 현수막이 내결렸다. “귀태야 귀태야. 민주를 내놓아라. 만약 내놓지 않으면, 촛불에 구워먹으리.” 마치 금언(禁言)인 듯 순식간에 사라진 귀태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리는 간결하면서도 의미 있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귀태가 삼킨 민주주의를 과연 촛불들이 살릴 수 있을지 말이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