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기자가 되면 괴로운 과제가 있다. 기자들이 평생 짊어진 숙명이다. 바로 ‘사실(facts)’과 ‘진실(truth)’을 구분 짓는 일이다. 얼핏 사전적 의미로 따지면 별 것 아니다. 그러나 사건사고 현장에서 사실을 찾고 거기서 진실을 분간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진실에 접근하려면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실을 찾기 위해 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선배기자들이 술상머리에 후배들을 앉혀놓고 ‘머리보다는 발로 뛰어야 제대로 된 기자다’고 고래고래 외쳐댄 이유이기도 하다. 보다 많은 사실을 찾는 일을 달리 표현하면 ‘제대로 취재하는 것’이다. 그래야 진실에 근접이라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언론보도로 인해 타인의 명예훼손 같은 엉뚱한 피해를 막을 수도 있다.
제대로 취재를 해놓아도 오보(誤報)는 거의 필연이다. 그래서 기자에게 필요한 일이 확인 또 확인이고, 당사자의 반론(反論)청취다. 바로 이 사실 확인과 반론이 없으면 ‘카더라 식’ 보도가 된다. 이는 다름 아닌 ‘사스마리의 고통스런 추억’이 없는 사이비 기자들이 주로 일삼는 반 언론행위다. 기자들 스스로 당연히 거쳐야하는 자기정화(自己淨化)의 과정인 사실 확인과 반론의 과정이 없으면 기사화하지 않아야 옳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를 ‘물먹었다’느니 ‘침묵한다’느니 하는 말로 폄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가 기자들은 제일 억울하고 서글프다. 그래서 기자는 ‘외롭고도 고독한 직업’이다. 요즘 때 아닌 성 스캔들 보도를 접하며 천황봉이 느끼는 우울함은 곧 절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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