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기찬묏길, 유능제강(柔能制剛)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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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기찬묏길, 유능제강(柔能制剛)의 교훈

황용주 전 영암여중·고 교장 영암미래교육연구회장

월출산 기찬묏길을 걸으면서 자연이 주는 고마움을 가슴깊이 새삼 느낀다.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가 하면, 먼동이 트는 새벽에는 떠오르는 태양을 가슴 벅차게 바라보며 지금까지 살아 온 내 삶에 감사하고, 또한 생활의 에너지를 제공해 주는 이곳에서 나 홀로 명상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여기보다 좋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하늘을 향하여 힘차게 뻗은 소나무 숲을 지나면서 그들의 장엄한 기상과 기백을 배울 수 있고, 대나무와 갈대 그리고 잡나무로 이룬 숲속에서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흘러가는 계곡의 물소리, 풀벌레 우는 소리와 함께 월출산 기찬묏길을 한참이나 걸을 수 있기에 이보다 즐거운 일이 또 있겠는가?
그런데 지난 8월 태풍 제15호 볼라벤(Bolaven)이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왕소나무, 희말라야시타가 부러지고 뿌리가 뽑히는 현상이 일어났는데 월출산 기찬묏길에도 이러한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경사가 심한 비탈길에서 자란 아름드리 소나무, 참나무가 뿌리를 드러내고 쓰러져 있었다. 보기엔 처참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넘어진 소나무의 가지들은 그 좁은 오솔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하지만 대나무와 갈대 그리고 연약한 풀잎들은 언제 폭풍우가 지나갔느냐는 듯 쓰러지지 않고 예전과 다름없이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한들거리며 가을의 따스한 햇볕을 쐬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볼 때 벼랑 끝의 바위틈이나 바닷가 모래땅 같은 척박한 땅에도 뿌리를 내리고 풍상에 시달릴수록 의연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소나무들이였지만 이번 태풍엔 견뎌내지 못하고 넘어진 소나무, 그리고 참나무는 비탈길에서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한 채 더 이상 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갈대나 대나무, 그리고 연약한 풀잎들은 폭풍우가 오기 전에 오만하지 않고 먼저 눕고 쓰러졌기에 가지가 부러지거나 뿌리가 뽑히지 않았던 같다.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자신을 비우고 더 낮추어 땅 속에 뿌리를 깊이 뻗었기 때문이리라.
그렇다고 태풍을 미워할 수만 없는 일이다. 또 언제 태풍이 올지 모른다. 다만 태풍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자연의 현상이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 처한 모든 것들은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만물은 자기의 본연의 삶을 살다가 언젠가 이곳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도 고통과 절망이라는 인생의 태풍이 불어 올 때 자기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겸손하고 지혜롭게 살라고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닐까?. 우리 인간도 소나무나 참나무처럼 강인하고 도도하게 살아가는 것 같아도 때론 뿌리가 깊지 않으면 언제 생의 마감이 찾아 올지 아무도 모른다.
강하다고 오래 살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이 오히려 강한 것이 아닌가? 부드러운 것이 능히 단단한 것을 이긴다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의 이치를 깨우쳐 주기에 충분하리라
그리고 비 온 뒤에 우리가 강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있다. 나무들이 강물에 둥둥 떠밀려 내려가고 있을 때에 강가 주변에서 온몸으로 몸부림치며 버티고 있는 갈대를 보는 순간, 갈대야! 너는 그 연약한 몸으로 이 모진 홍수를 어떻게 견디고 있느냐고 물었다. 갈대는 속으로 웃으면서! 야! 죽어 가면서 이제야 그런 방법을 물으면 뭐하냐? 진즉 나에게 물어 봤으면 될 것을, 이제는 늦었어, 너 갈 길이나 가라고 했단다.
인간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다 생을 마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을 삶의 모습일까?. 사람도 사노라면 이같이 흥망성쇠를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자연으로부터 우리도 삶의 지혜를 배우자.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는 넘어지고, 물이 깊지 않으면 큰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이 자연의 섭리를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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