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선서(檢事宣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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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선서(檢事宣誓)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나 2008년9월 초쯤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가 환경운동연합을 압수수색했다. 최열 대표가 보조금 2억여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제기에 뒤이은 전격적인 조치였다. 그해 말 최 대표는 보조금을 횡령해 딸 어학연수비, 동생 사업자금, 정치인 후원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법원에 의해 영장이 기각되고 이후 영장 재청구와 재 기각, 그리고 3년6개월에 걸친 재판결과 무죄로 결론 났다. 하지만 최 대표는 그 명예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당시 검찰의 표적수사에 맞서 최 대표는 이렇게 외쳤다. “검찰의 썩은 잣대로 환경운동가를 재단하지 말라.” ‘한국 환경운동의 대부’였던 최 대표를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부장검사는 “최열을 반드시 구속시켜 재기불능 상태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4년 뒤 그 호언장담은 실언(失言)이었을 뿐 아니라 최 대표 말대로 ‘썩은 잣대’였음이 드러났다. 그 부장검사가 바로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였기 때문이다. 그는 희대의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과 유진그룹으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을 받고 기업의 부패를 무마한 혐의로 구속됐다. 뿐만 아니라 ‘무소불위’의 한국 검찰에 길이 기억될 치욕까지 안겼다. 그는 한 언론의 표현처럼 ‘정치검찰 또는 부패검찰의 적나라한 맨얼굴’이었다. 검사선서(檢事宣誓)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내용이 거창하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이해와 신뢰를 얻어내는 믿음직한 검사, 스스로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기울여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청운의 꿈을 막 실현한 뒤의 다짐이고 보니 소름 돋을 감동이었겠지만 검사들을 보는 국민감정은 정반대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영국의 역사학자 존 액턴 경이 일찍이 갈파했듯이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함이다. 개혁은 그래서 절체절명의 과제인 것 같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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