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선거의 가장 큰 책임도 가장 큰 영예도 후보자 개인의 몫이다. 이번 패배의 가장 큰 책임, 문재인 후보에게 있다. 만약 강진 군수 선거에서 황주홍이 떨어졌다면, 그 패배의 가장 큰 탓은 황주홍에게 있는 것과 같다.
문재인 후보의 무엇이 패인이었을까? 세 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국민여론을 크게 중시하지 않는 편향된 소신과 언행이 패배의 한 큰 원인이었다. 박근혜 후보나 안철수 후보와는 달리, 문재인 후보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지 않았다. 그런데 박정희가 누구인가? 대한민국 국민들이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보다 더 위대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박정희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우리 국민들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 1위 박정희, 2위 세종대왕, 3위 이순신으로 응답하고 있다.) 그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에 대한 참배 거부는 대중적 다득표를 스스로 포기한 거나 다름없는 치명적 패착이었다.(문재인 후보가 재야인사이거나 시민사회의 운동가였다면 박정희 묘소 참배 거부는 선명함의 과시로 비칠 수도 있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문후보는 국민들의 표를 단 한 표라도 더 얻지 않으면 안 되었던 입후보자였다. 재야의 지도자와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둘째,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아름답게’ 이끌어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는 안 전 후보에게 스스로 “맏형”이라면서 “100만명의 지지를 받고 선출된 정당(민주당) 후보가 어떻게 (단일화 협상에서) 양보할 수 있단 말이냐!”라고 상대를 옥죄듯 밀어 붙였다. 그 결과 대선을 불과 20여일 남겨둔 시점에서 안철수 후보가 협상을 중단하고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칩거해 버리는 상황을 촉발시켰다. 지금 당내에서 협상팀의 아무개 아무개가 단일화를 망쳤다고 비난하는 말들 하지만, 그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다. ‘상처뿐인 단일화’의 가장 큰 책임은 문후보 자신에게 있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가 실패하면 결코 박근혜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당시의 지배적 상식이었다. 그래서 단일화 실패의 책임이 큰 것이다.)
셋째, 문재인 후보는 거의 아무 것도 버리거나 내려놓지 않았다. 박근혜 후보가 먼저 국회의원직을 사퇴했고, 대선패배시 정계를 떠나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나왔다. 야당 후보로서 여당 후보에게 선수를 뺏긴 것이다. 그 때 당내의 여러 인사들이 문재인 후보도 의원직을 내놓고 박근혜 후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자기희생과 기득권 포기 결단을 건의하고 진언했었다. 그는 이 모두를 다 거부했다. 그러니 국민들 사이에 무슨 감동이 일겠으며 진정성과 치열함이 느꼈졌겠는가. 민주당 후보보다 새누리당 후보가 더 결연해 보이고 더 진지해 보이게 했던 것이다.
상황이 그러했기 때문에, 지난 2월 1~2일의 민주당 의원·고문·지역위원장 연석회의 워크숍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얘기가 공개적으로 제기되었다.
나도 오늘 한 라디오 방송(광주MBC)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이와 같은 내 평소 생각을 얘기한 바 있다. 지금이라도, 문재인 후보는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오늘 오전 국회 본회의가 열렸지만, 문재인 의원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선 이후 지금까지 국회의원으로서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은 채 꼬박꼬박 의원실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정쩡하고 부자연스럽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문재인 후보는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그것이 대선패배의 충격과 절망과 허탈감에 빠져있는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본다. 국민의 60% 이상이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선거에서 48% 득표로 무릎을 꿇고 말았던 이 충격적 사건에 대해 지금 민주당 내 그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있다. 과연 이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면 어물쩍 넘어 가고 잊혀지겠지, 하고 있을 성격의 사안이 아니다. 문재인 후보가 최고 책임자답게 결단해야 민주당 내의 이 팽팽한 대치정국이 해소되고, 앞으로 한 발짝 두 발짝 나아갈 수 있다.
문재인 후보가 정계를 떠나야 하느냐 하는 문제는 내가 얘기할 바가 전혀 아니다. 그것은 그분의 몫이다. 나는 오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패장으로서 조용히 물러나 있으면 1, 2년 뒤에 국민들이 문재인 후보를 다시 불러낼 수 있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한 바 있고, 그것이 문후보 본인을 위해서나 민주당을 위해서나 도움이 되는 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다시 한 번 부족한 내 생각을 정리해 볼까 한다. 문재인 후보는 대선 패배의 가장 결정적 책임이 있는 당사자이다. 따라서 대선패배 직후 국회의원직을 던지고 조용히 지내는 것이 옳았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못했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문재인 후보는 의원직만큼은 반드시 내려놓아야 한다. 정계은퇴 여부는 내 소관이 아니다. 그것은 향후 국민 여러분들의 소관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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