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테러(cyber terror)
검색 입력폼
 
오피니언

사이버 테러(cyber terror)

2003년8월 미국 동부지역에 역사상 최악의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원인은 단순했다. 오하이오 주의 한 송전선이 오랫동안 가지치기를 하지 않은 나뭇가지들 사이에 끼어 전기합선이 일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파장은 엄청났다. 미국 동북부 등에 사는 5천만명이 정전사태를 겪었다. 승강기가 멈추고, 컴퓨터는 꺼졌다. 현금지급기는 한낱 쇳덩어리로 전락했고, 전화는 폭주하는 통화량 때문에 불통됐다. 휴대폰 역시 기지국 기능정지로 불통됐다. 교통사정도 최악이었다. 신호등이 꺼지면서 교통대란이 일어났다. 지하철도 멈춰 섰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곳이자 첨단기술이 집중된 곳에 살던 사람들은 이날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마치 공상소설 같은 얘기 같지만 실제 있었던 일이다. 한 가닥의 송전선이 끈기면서 시작된 정전사태는 이렇듯 상상을 불허하는 파장을 몰고 오는 시대가 됐다. 얼마 전 우리나라 주요 방송사와 금융기관이 잇따라 사이버 공격을 받아 전산망이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도 최악이자 초유의 중대한 사태로 기록될만하다. 방송·금융사의 전산망이 한꺼번에 마비된 적은 전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도로 훈련된 전문 해커의 소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디지털시대’로 불리는 정보화시대의 산물로, 컴퓨터망을 이용해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있는 군사, 행정, 인적자원 등 국가적인 주요 정보를 파괴하는 ‘사이버 테러(cyber terror)’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다시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질지도 관심이지만 정작 국민들의 걱정은 세계 최고의 IT강국이라는 나라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사이버 안보체계다. 더구나 북한 핵실험과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에 맞춰 사이버 테러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정부가 위기경보단계를 격상하고 전방위감시체계를 가동하고 있는 상태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했으니 더욱 한심한 노릇이다. 눈 깜작할 사이에 아날로그시대에서 디지털시대로 바뀐 지금 컴퓨터가 정상작동하고 있느냐에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아가야하는 인간의 운명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