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아자동차 광주2공장에서 비정규직 노조 간부가 분신했다. 그의 외침이 슬프고 간절하다. “비정규직 철폐, 사람답게 살고 싶다.”, “자식에게는 비정규직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이에 앞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촉탁계약직 출신 근로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한 지 1년4개월 만에 회사 측의 권유로 촉탁계약에 응했다가 6개월 만에 계약해지 되자 내린 선택이었다. 정규직 전환을 피하려는 회사 측 꼼수에 그는 더 이상의 희망을 포기했다. 이를 지켜본 현대차 작업반장 출신의 아버지는 단장(斷腸)의 고통을 이렇게 표현했다. “33년 넘게 일한 회사지만 자부심은커녕 원망만 남았다.” 분신 사태 후 기아차노조 광주지회는 “현대·기아차 자본(資本)은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고 성명을 냈다. 얼핏 분신의 이유에 공감하는, 핏발 선 성토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자리의 대물림’을 사측과 합의한 집단이 낸 성명임을 안다면 금방 무책임의 극치로 변한다.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신입사원 채용시험에서 자신들을 우선 선발해 달라며 천막농성을 벌이는 동안 정규직 노조는 회사 측과 생산직 신규 채용 시 장기근속자의 자녀 1명을 특혜 선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름이 노동자이지 실제론 그들이 그토록 비판하고 때론 혐오해온 ‘천민(賤民) 부르주아’나 다름없는 행색이다.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 근거도 없는 별칭에 우쭐해하던 기억이 새로운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도립 진주의료원의 폐쇄결정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귀족노조’를 사용한다. 8개월 동안 전혀 임금을 받지 못해 아이들 학원을 끊어야 했다는 노조원들이 과연 귀족인지는 상식에 맡길 일이다. 그러나 홍 지사가 ‘귀족노조’ 또는 ‘강성노조’ 운운하는 사이 정말 서민들을 위한 공공의료의 ‘가치’는 소리 없이 짓밟혔다. “내 자식에게는 비정규직의 설움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며 분신한 노동자 곁에서 일자리의 대물림을 논의한 진짜 귀족노조의 모습과 빼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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