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생각하며’
검색 입력폼
 
오피니언

‘5월을 생각하며’

정기영
세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계절의 여왕 5월도 이제 한 주밖에 남지 않았다. 계절의 끝에서 아직도 나들이를 즐기지 못해 오랜만에 영암의 봄 향기에 취해보았다. 도갑사에서 소박한 자연을 만난다. 산사에 오면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마음이 편안해진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의 맑은소리를 귀 기울이지 않아도 들을 수 있다. 봄바람 향기 가득한 숲길?우거진 숲길로 천천히 걸으며 세상사 시름 잠깐이라도 접어둔다. 길을 걷다 운이 좋으면 산에 사는 다람쥐를 만날 수도 있다. 족히 30년은 됐을 법한 이발소와 다방이 꽃나무와 너무 잘 어우러지는 구림마을을 지난다. 마음이 절로 푸근해지는 풍경이다. 문득 5월을 노래한 강진의 김영랑시인이 생각난다.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千) 이랑 만(萬) 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빛 난 길이 어지러울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 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
5월이 되면 녹음이 짙어지고 자연의 왕성한 활동과 열매를 맺기 위한 수정 활동이 왕성하다. 땅의 수분과 기를 품어 세상을 녹색으로 물들인다. 세상에 자연이 있음을 마음껏 표현하는 싱그러운 계절 5월을 다시 한번 축복하며 ‘여왕’이라고 표현해 본다. 그리고 그 한 번 5월의 절정을 만들어내기 위해 자연은 일 년 동안 인고의 시간으로 누군가를 끝없이 기다릴 것이다.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날에 이르기까지 감사와 보은, 그리고 사랑이 가득한, 가정의 달임에 틀림이 없고, 거리마다 카네이션을 비롯한 각종 꽃들이 만발하고 다양한 행사가 벌어지며 대학가는 축제의 물결로 넘실거리는 복받은 시기임에도 삶에 바쁜 우리는 덤덤히 일상의 한 부분처럼 느낀다.
또 5월은 우리의 현대사가 불러온 비극을 잊지 말아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5·18’은 우리 어느 누군가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이며 지역민에게 ‘한(恨)’으로 남아있는 역사이며 교훈이다. 문득 ‘모란이 피기까지는’이 생각난다.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김영랑 시인에게 5월이 찬란한 슬픔의 계절 이었던 것처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5월은 슬픔과 상처의 계절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5월은 처절한 비탄의 계절이지만 이 5월에 국가보훈처가 하는 짓을 보면 더욱 비탄해 진다. 국가보훈처의 5·18 기념식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퇴출 시도는 실패한 듯 보이지만 그 의도는 ‘역사 지우기’이자 ‘5월 광주항쟁’을 폄훼하려는 의도이다. 이런 노래를 특정 부서가 부르라 말라 하는 것 자체가 반역사적 행동이고 민심이 어디 있는지 정말 파악 못하는 무개념 행동이다.
5월은 가족으로 대표되는 공동체의 구성원이 함께 어울리기에 참으로 좋은 계절이다. 다시 한번 국가보훈처가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바라며 이 5월이 다가기 전에 우리 다함께 손을 내밀어 맞잡아 보자. 우리 서로 거절하기에 너무 아름다운 계절이지 않은가….
(crose@db.ac.kr)

정기영 www.yanews.net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