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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일간 베스트 저장소의 약칭)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국민적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었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국제적 나라 망신 사건을 순식간에 잠재운 주역이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 33주년을 앞두고 일베 회원들이 벌인 역사에 대한 섬뜩하고 광기(狂氣)까지 느껴지는 무지와 왜곡은 윤창중을 무대 뒤로 숨기는데 큰 몫을 했다.
일베는 전라도 사람들을 ‘홍어’로 비하한다. 심지어 5·18 희생자들의 시신을 담은 관이 상무관에 태극기로 덮인 채 놓여 있는 사진에 ‘배달된 홍어들 포장 완료된 거 보소‘라고 적고, ‘광주 홈쇼핑×× 잘되네’라는 제목을 달았다. 계엄군이 시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진에는 ‘어부들이 홍어를 잡고 있다’, ‘회를 뜨기 직전 모습’이라는 등의 설명을 붙였다.
한 회원이 쓴 ‘광주폭동이 어떻게 민주화운동이라는 거짓 칭호를 달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은 더 가관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교묘하게 광주폭동을 민주화운동이라는 거짓된 이름으로 조작해 폭동을 진압한 영웅 전두환과 노태우를 반역자로 몰아 감방에 처박았다. 광주시장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고 했으니 5·18이 폭동으로 재평가 받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엽기적 집단의 배설구(排泄口)려니 외면하고 싶지만 이건 도가 한참 지나치다. 더 큰 걱정은 ‘일베’의 무지와 왜곡을 무작정 따라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그룹 시크릿의 리더라는 전효성의 발언이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했다. ‘민주화’를 ‘집단 괴롭힘’이나 ‘왕따’ 등의 의미로 쓰는 ‘일베’의 왜곡된 표현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되뇐 것이다. 증오와 분노를 양분 삼아 역사를 비틀어대는 ‘일베’는 전두환을 ‘진정한 민주주의 열사’라며 영웅시한다. 그렇지 않아도 대구공업고등학교는 홈페이지 동문마당에 ‘민주주의 발전의 초석’으로 소개하고 있다. ‘일베’의 집단적 정신착란은 이렇듯 곳곳에 버젓하다. 역사적 범죄에 대한 단죄 없이 관대하기만한 우리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온 경고이기도 하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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