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국립공원에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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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월출산국립공원에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사는 세상’

이 정 갑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
탐방프로그램 담당
사자봉과 장군봉 바위 성채 사이로 초록 빛 물결이 일렁거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인 유월이 그 아름다운 향기를 빛내며,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아름다운 계절의 변화도 모른 채 입시와 점점 늘어나는 가정의 해체, 그리고 사회의 무관심으로 우리 아이들은 점점 외톨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2012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전국 300여개 초·중·고생 8천74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 중 23.4%가 자살을 생각하고 실제로 그 중 14.4%는 자살을 시도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우리 아이들 4명 중 한명이 자살을 생각한다고 하니 우리 사회가 얼마나 심각하게 병들어 가고 있는지 명백하게 밝혀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곧 우리의 미래입니다. 우리의 미래가 미처 꽃도 피우기 전에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공원자원관리, 공원환경관리, 공원시설물관리, 탐방객 안전관리 등 고유한 업무 이외에도 이번에 이러한 사회 부적응 아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사회성 증진 프로그램인 ‘함께 사는 세상 yo’, <함.사.세.요>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차가운 콘크리트 벽에 또는 컴퓨터의 고리에 갇히고 가정이나 사회로부터 적응하지 못한 우리 아이들을 월출산국립공원이라는 대자연의 품에서 안아주기로 한 것입니다. 아무 걱정 없이 아무 거리낌 없이 친구랑 하루나 이틀을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맑고 투명한 계곡에 손도 담그고, 초록빛 숲길을 같이 걸으며 그 동안 사회가 품어주지 못했던 아이들의 아픔을 함께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가슴 속에 있는 상처를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내어 치유(healing)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간의 경험에서 보면 아이들은 처음에는 서로 인사도 안하고 서먹해 하다가도 우리 전통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레 손도 잡으며, 그렇게 조금씩 하나가 되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연은 서두르지도 나무라지도 않고 그냥 말없이 아이들을 안아주기만 합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점점 우리들 곁으로 다가옵니다. 하루나 이틀 사이에 아이들은 빠르게 자연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이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에게 숲과 자연과 사람이 하나라는 것을 알려 주기만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향기롭고 아름다운 자연에서 하나의 푸른 나무로 성장하면서 아름다운 숲이라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방법을 알게 될 것입니다.
지난 4월 말에 전남청소년 미래재단의 ‘해밀’(검정고시준비 청소년) 청소년을 상대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프로그램 만족도가 97점이나 되었습니다. 그 만큼 외롭고 자기 자신을 찾지 못해서 방황했던 것입니다. 조사 결과를 분석하여 보니 인성찾기 검사(MBTI)을 하여 먼저 자기 인성알기 체험, 천황탐방안내소에서 자연체험 등 많은 체험 가운데 특히 도갑사 사찰 혜강스님과의 예절 및 다도(茶道)체험과 영암도기박물관의 미술치료인 자기 얼굴 만들기 등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자아를 알고 싶은 마음과 함께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기댈 수 있는 공간을 월출산 국립공원이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이제 숲의 계절인 유월이 왔습니다. 월출산이 초록의 옷으로 바뀌면 곳곳에 뻐꾸기가 노래합니다.
이해인님의 ‘유월엔 내가’라는 시 중에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유월엔 내가/빨갛게 목타는/장미가 되고/끝없는 산 향기에/흠뻑 취하는/뻐꾸기가 된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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