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풀뿌리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20년이 됐다. 20년 성년이 된 지방자치제에 점수를 매기라고 한다면 그다지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최근까지 일부 기초의원들의 추태와 비리 고발이 잇따르면서 기초의회의 위상은 추락할 만큼 추락했다. 다행히 우리가 사는 영암지역에서는 다른 지역과 달리 큰 갈등과 문제 없이 행정부와 의회가 운영되어 온 것은 그나마 감사할 만한 일이다. 2년 전 산수 뮤지컬 ‘영암 아리랑’의 추진을 놓고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한 것이나 지난해 연이은 태풍으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의회가 해외연수 계획을 전격 취소한 일 등은 다른 지역에 비해 우리 영암지역에서 지방자치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했음을 알려주는 하나의 사례들일 것이다.
하지만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 의원이 대단한 벼슬인양 권위주의에 젖어 각종 이권에 개입해 뇌물을 수수하는 행위는 심심치 않게 나오는 뉴스의 단골메뉴이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의원들이 많기는 하지만 일부 지방의원들은 의원직을 대단한 벼슬 따위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관할 행정청 견제나 예산심의, 주민의견 수렴보다는 어깨에 힘주고 군림하려는 의원들이 많고 심지어는 파렴치한 행위를 일삼아 주민들로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이는 끊임없이 지방의회 무용론을 떠올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안타까운 점은 지방의회가 부활한 이래 지난 20년간 이 같은 현상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은 어떤가? 산단비리 등으로 불구속수사를 받고 있는 모 자치단체장 외에도 우리 지역의 많은 기초자치단체장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자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초대와 2대 수원시 직선 민선시장을 지낸 고 심재덕 시장, 행정자치부 장관까지 지낸 김두관 전 경남지사, 그분들이 자치단체장으로 출마할 때는 무소속이었다.
그분들의 지론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까지 중앙 정치에 예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우리정치의 악습이라고 했다. 현재와 같은 이런 정치시스템 하에서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다고 단정하기도 했다. 오랜 지방자치 역사가 있는 일본의 경우 거의 모든 기초자치단체장은 무소속이다.
중앙정치의 폐해 때문이었다. 미국도 대부분의 주요 도시에서 정당 공천을 금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고위 공무원이 모조리 바뀌는 폐해를 막기 위해서다. 유럽은 정당공천이 대세지만 주민인 당원들이 총회에서 지방선거 후보자를 직접 추천하고 투표를 통해 선출한다. 우리 정치 풍토와는 많이 다르다.
우리 정치풍토는 어떤가? 민주당의 예를 들어보자. 왜 민주당을 예로 드는가 하면, 어쨌든 우리 지역에서는 집권당 이상의 권위를 갖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또 ‘국민이 주인’인 ‘민주’를 당명으로 갖고 있는 정당이기도 하다. 20년 민주당에 예속된 우리지역 지방자치를 다시 점검해 보면 책임정치의 구현, 공직후보자에 대한 사전검증, 정당정치 발전 등의 순기능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특정 정당의 지역 지배를 고착화하고 공천비리와 자치단체장과 의원의 부정부패 증가, 지방정치 무관심 확산으로 역기능만 양산됨은 물론 본래의 목적인 주민자치와 생활자치의 실종이라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자고 지난 대선 주요 대선후보자가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이다.
최근 민주당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지방자치 측면에서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공천제 폐지의 조기 실행을 위해서는 폐지에 따라 예상되는 각종 부작용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선거에서 기존 기초단체장·기초의원이 더욱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영암과 같은 농어촌 지역은 더욱 그렇다. 따라서 정치신인들의 선거 참여를 보장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권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책임 의식을 가지고 공천제 폐지 사안에 임할 것을 주문한다.
(crose@db.ac.kr)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