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利)로운 즐거움 해(害)로운 즐거움

황용주
영암교육지원청 교육미래위원장
前 영암여자중·고등학교 교장
7월 장맛비가 잠시 멈추고 햇빛이 내리쬐던 어느 날, 그리고 해질 무렵이면 월출산 기찬묏길을 따라 천황사를 향하여 가노라면 나무가 무성한 깊은 계곡에서 바위틈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는 보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시원해지고 흐르는 계곡물에 손발을 적시는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내 생활의 즐거움(樂) 중 하나가 되었다.
잘 관리된 푸른 인조 잔디구장, 전교생 누구하나 예외 없이 최소 하루에 한번은 축구를 하는 충남 공주 H고등학교 학생들, 이 학교 학생들은 축구를 통해 친구들과 팀워크와 조화를 배우고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을 가지니 잡생각이 사라지고 집중력이 높아지며 체력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학력도 향상된다고 하니 이들은 축구가 학교생활에서 유일한 즐거움(樂)이 아니겠는가?
A군의 하루 일과는 아침 스마트폰 알람을 들으며 일어나고 잠들기 전까지 모바일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즐긴다고 한다. 심지어 가족이나 친구 없이는 살아도 스마트폰 없이는 못산다고 한다. 특히 화장실 안에서, 그리고 길 걸어가며 즐기는 폰 게임은 일상생활에서 그에겐 가장 큰 즐거움(樂)이라고 말한다.
두 사례에서 보듯이 누구나 나름대로 일상생활에서 자기만의 기쁘고 즐거운 일을 찾으며 보람 있고 알찬 삶을 누리며 살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그 즐거움(樂)에도 유익한 즐거움이 있는가 하면 누가 봐도 이롭지 못한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7월3일 여성가족부가 5, 6월 전국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 171만9천866명을 대상으로 ‘인터넷·스마트폰 이용 습관 전수진단’을 실시한 결과 24만 249명(18.0%)이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는 상태란다.
인터넷에 중독된 청소년도 10만5천152명(6.4%)으로 2012년 인터넷 중독으로 집계된 6만8천44명에 비해 3만7천108명(54.5%)이나 증가했다. 인터넷 중독 학생이 크게 늘어난 것은 주의군에 속하는 학생이 지난해의 1.8배로 늘어난 때문이었다. 또한 초·중·고 학생들은 10명중 7명, 초등학생들의 2명중 1명은 스마트 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청소년기 스마트폰 중독이 가져오는 폐해는 학습 부진, 시력과 체력 저하, 집중력과 수면 감소, 과도한 통신요금, 전자파 노출 등 여러 가지다. 특히 게임 중독이 많은 인터넷과는 달리 스마트폰은 채팅이 주로 문제를 일으킨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람직한 인간관계의 단절에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시대는 정보화 사회로. 정보의 창출, 공유, 활용이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하지만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스마트 폰의 필요와 과욕은 다르다. 필요를 해결하려는 사람의 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대해 주지만 필요를 넘어서는 과욕에 대해서는 냉철한 이성적 판단으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아무리 스마트폰이 이 시대 문명의 이기(利器)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사용하여 자신을 해칠 정도로 즐긴다면 사용하지 않는 것 보다 못 할 것이다. 양귀비꽃은 아름다워 우리를 즐겁게 하지만 그 열매는 우리에게 아편이 되어 아편쟁이를 만들어 내듯이 말이다. 아편쟁이는 아편을 맞아야 즐거워하지만 아편이 주는 즐거움이란 사람을 병들게 하는 즐거움일 뿐이다.
이와 같은 아이들의 이(利)·해(害)로운 즐거움에 부모들의 무지 내지는 무관심이 더욱 큰 문제다. 또한 자녀들이 블로그, 카카오톡, SNS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하여 저질스러운 정보를 서핑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스마트폰, 인터넷 등의 이용시간을 정하고, 공개된 장소에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가족이 먼저 독려해야 한다. 또한 가족끼리의 대화 시간을 늘리고 함께할 수 있는 일도 찾아야 한다. 학교는 휴대전화 소지 등교 금지, 인성교육 강화 등 보다 근본적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휴대전화만 스마트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도 스마트해져야 한다. 즐거움을 준다고 다 좋은 것만 아니다. 사람의 마음이 끌리고 좋아한다고 해서 다 좋은 것만 아니다. 나쁜 것도 있다. 이를 가리 줄 알고 스마트하게 사용할 줄 아는 삶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