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환한 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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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도 환한 이 세상

이 주 연
영암여고 3년
얼마 전 신문에서 ‘달뜨는 집’ 제7호의 입주식이 거행된 뉴스를 보았다. 평소 나는 노인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2014년까지 독거노인들이 서로 살을 대고 의지할 수 있는 영구 무상 임대주택인 달뜨는 집이 우리 영암의 모든 읍면에 생긴다니 정말로 가슴이 뿌듯하다. 내가 커가면서 참으로 이상하게 느낀 것은 가장 존경받아야 할 노인이 왜 천대받는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하고 있는 일 중 가장 보람 있는 일을 꼽으라면 영암 관내 A요양원에서 해오고 있는 봉사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은 요양원에는 주로 90대인 할머니들이 10여명 계신다. 치매에 걸린 분도 더러 있지만,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닮으신 김초자(가명) 할머니는 내가 방문할 때마다 고맙다면서 가끔 손을 꼭 잡고 이야기를 해주시곤 하셨다. 한번은 꼬깃꼬깃한 손수건에서 알사탕을 꺼내주셔서 눈물이 날 뻔한 적도 있다. 내가 오길 기다리며 얼마나 오랫동안 감춰두고 있었는지 흉하게 녹기도 했지만 그만큼 속 깊은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할머니와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진하게 느껴지던 기억이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 가족만을 위해서 살아오신 젊은 나날이었기에 더 존중되고 보상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가족들과 떨어져 외롭게 살아가신다는 게 항상 나를 안타깝게 만들고,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로 작용하게 되었다.
노인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복지제도와 프로그램이 잘 갖추어져 있고, 복지예산도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힘이 없는 노인들에게는 아직도 미약한 부분이 많다.
우리 영암의 달뜨는 집은 이 점에서 참 자랑스럽고 멋진 사업이다. 거기에다 다문화가정의 젊은 부부를 함께 기거하게 해주었다니 너무도 아름답다.
어른은 어느 사회에서든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고3이 되어 올해는 한 번 밖에 뵐 기회가 없었지만 이 글을 쓰고 나니 갑자기 나에게 노래를 들려달라던 할머니들이 더 간절히 뵙고 싶어진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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