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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귀농인이기도 한 영암싱싱감영농조합법인 김선찬(55) 총무는 귀농·귀촌을 통한 농촌경제 활성화를 위해 군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과제로 ‘귀농인 창업지원센터’ 설치를 꼽았다. 귀농인들의 빠른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각자 가진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총무는 2010년1월 국내 최고 공기업으로 꼽히는 kt를 명예퇴직하고 고향인 도포면 영호리에 귀향한 ‘귀농 1세대’다. 전남고와 조선대를 졸업한 뒤 KT 공채 1기로 입사한 그가 잘나가는 공기업 과장자리를 내던지고 농촌을 선택한 것은 “농업으로도 잘 살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 때문이었다.
“2010년에는 연소득 5천만원을 넘기고, 두 해째에는 퇴직 당시 연봉(7∼8천만원)에 근접하며, 세 해째에는 연봉수준을 넘기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런데 안 되대요. 첫해에 5천만원은 턱도 없었고 새 해째에야 연봉수준에 근접할 수 있었어요. 그만큼 농촌과 농업을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는 교훈이기도 합니다.”
김 총무는 이 때문에 귀농 성공의 첫 번째 조건으로 ‘최소 5년 이상 준비하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김 총무가 그런대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귀농에 성공한데에는 kt에 재직하고 있으면서도 감 작목반장을 맡을 정도로 농업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 가장 주효했다. 2008년 싱싱감작목반 회장을 맡으면서는 영암 단감을 서울 가락공판장에서 2년 연속 전국 최고가에 올려놓기도 했다.
“지금도 귀농한답시고 짐부터 싸서 군서면에 집 한 채 마련하고 도포나 시종에서 밭을 구하려는 귀농인들이 많아요. 안타깝죠. 준비 없는 귀농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어요.”
김 총무가 두 번째로 강조하는 귀농 성공의 조건은 ‘농업 또는 농사에만 매달리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귀농 성공의 세 번째 조건인 ‘귀농인의 주특기를 살려라’와 맞물린다.
“귀농한 사람들은 무조건 논밭부터 사고 작물재배부터 시작합니다. 노하우가 있다면 모를까 100%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농사 노하우는 아무렇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귀농했으면 농사부터 시작할 일이 아니라 자신의 주특기를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컴퓨터가 전문이라면 전산망을 활용해 농산물을 판매하는 일을 찾고, 용접이 전문이라면 하우스 시설공사를 맡으면 됩니다. 독실한 교인이었다면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교인들에게 판매하면 될 것 아닙니까. 그러면서 농사에 대한 노하우를 차근차근 익히고 농업에 투자하면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적어집니다.”
서두에 김 총무가 귀농인들을 위한 창업지원센터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 이유는 바로 귀농인들이 지닌 다양한 재능을 활용해 보다 빨리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영암지역 귀농인들의 모임에서는 ‘꾸러미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귀농인 20여명이 회원들을 모집해 각자 전문성을 살려 장아찌나 청국장 등을 비롯한 가공식품과 직접 재배한 농산물 등을 꾸러미로 포장해 주문 판매하는 것입니다. 상자당 3만원으로 아직 시작단계지만 머지않아 엄청난 판매망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군이 귀농인 창업지원센터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은 이처럼 제각각 특기를 지닌 귀농인들에게 공동작업장 역할을 할 수 있고 판매장 등의 역할을 할 구심점이자 활동공간을 만들어주자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보다 빨리 농촌에 정착하게 하고, 또 다른 귀농인들을 유인해 정착을 유도하자는 것이지요. 군이 보다 선구적으로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한편 군은 지난 2011년 124명의 귀농인을 유치한데 이어 2012년에는 163명을 유치했다. 또 올해는 230명을 유치할 계획으로 6월 말 현재 127명을 유치하는 등 전남도내에서 귀농인들이 가장 많이 찾고 있는 곳 중의 하나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