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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교육지원청 교육미래위원장
前 영암여자중·고등학교 교장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어느 때와 다름없이 월출산 기찬묏길을 찾았다. 거기서 우연히 우공(牛公) 선생을 만났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과 계절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지난 여름이 주된 화제가 되었다.
지난 여름은 왜 그렇게 더웠던지?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여름 폭염의 원인은 북태평양 고기압세력이 북쪽으로 강하게 확장하고,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대기 중 온실가스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런 현상으로 한반도는 지역에 따라 숨 막히는 더위, 그리고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가 하면, 계속되는 폭염으로 한 낮에는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남부지방은 낮 기온이 36.9도를 기록하는 등 8일 동안 35도 이상의 폭염 이어지고 열대야까지 발생하였다. 열대야는 일일 최고기온이 30도 이상, 한 여름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일 경우를 말하는데, 2100년경 되면 한반도에는 70일 이상 열대야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6월부터 8월11일까지 전국에서 온열질환증세를 보인 환자는 735명이며, 이 가운데 1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또한 정부는 원전 고장으로 인한 전력대란을 피하기 위해 에너지절감대책을 세우고 공공기관 및 기업, 그리고 산업체와 국민들에게 절전과 에어컨 사용 자제를 당부했다. 연일 전력수요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전압하향조정, 화력발전소 출력확대, 자율단전 등으로 대비하는 소동까지 벌어지면서 국민들은 삶에 큰 불편을 겪었다.
2012년8월에는 태풍 제15호 볼라벤(Bolaven)이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왕소나무, 희말라야시타가 부러지고 뿌리가 뽑히는 현상이 일어났다. 월출산 기찬묏길에도 경사가 심한 비탈길에서 자란 아름드리 소나무, 참나무가 뿌리를 드러내고 쓰러져 있었다.
금년 여름에는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비가 내리지 않아 월출산 계곡에 흐르는 물은 가뭄으로 말라 버렸다. 그러나 기찬묏길 느티나무에서는 매미의 울음이 극성을 부렀다. 매미가 줄기차게 우는 이유는 땅속에서 보낸 긴 세월이 서러워 울기도 하겠지만 짝짓기를 위해 암컷을 부른다는 것이다.
짧게는 열흘, 길게는 한달 실컷 울다가 삶을 마치는 매미의 일생을 곧잘 인내와 끈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렇듯 자연이 해마다 변하듯이 인간이 사는 세상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월출산 기찬묏길에는 무성하게 자라나는 잡목들이 짙은 녹색의 숲을 이루고 그 사이에 조그마한 열매를 맺어가는 감나무, 밤나무, 그리고 각종나무들이 폭염 속에서도 열심히 광합성작용을 하고 있었다. 이들 식물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생명을 유지하는 한 그들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이 또한 자연의 섭리인 것이다.
이에 대하여 시인 릴케는 ‘가을날’이란 시(詩)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命)하소서 //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 독한 포도주 속에는 /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 지금 고독한 사람은 그렇게 오래도록 남아 / 잠자지 않고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 낙엽이 흩날리는 날이면 가로수 사잇길을 /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맬 것입니다.’
이렇듯 인생의 무상함은 삶의 목표나 가치를 상실에서 오는 것. 인간을 포함한 만물은 생멸(生滅)하는 변화를 되풀이 하며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가 아니던가?.
이제는 대자연의 섭리에 따라 자신의 분수에 맞게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겸허하게 돌이켜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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