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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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곡선

심리학자 에빙하우스(H. Ebbinghaus)가 ‘망각곡선(forgetting curve)’에 대해 설명한 이유는 기억을 위해서는 반복학습이 절대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에빙하우스에 따르면 사람의 기억은 시간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점점 감퇴하는 기억을 장기적인 기억으로 영구히 보존하기 위해서는 망각곡선의 주기에 따라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반복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아이 공부 잘하는 법’을 설명하는데 자주 거론되는 이론이기도 하다. 오래 전 한 일간지에 썼던 칼럼제목인 망각곡선이론을 떠올리며 뜬금없이 망각이니 기억이니 운운한 것은 요즘 벌어지는 목불인견의 찬양과 미화 때문이다. 장기적 기억으로 영구 보존된 결과물은 때론 진실에 배치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즘 부쩍 잦아진 유신 미화나 박정희 찬양을 듣다보면 과연 역사는 뭐고 진실은 또 뭔지 심하게 헷갈린다. 그러면서 꼭 기억해야할 소중한 것들은 너무도 쉽게 망각되는 것은 아닌지 가슴이 답답해진다.
서강대 총장을 지낸 손병두는 10·26사태 34주기를 맞아 열린 추도식에서 “서민들은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는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부르짖는다. 5·16과 유신을 폄훼하는 소리에 각하(박정희)의 심기가 불편하실 걸로 생각한다. 조국근대화의 길로 질주하는 따님의 국정 지지율이 60%를 넘었다”고 했다. 제1회 박정희 대통령 추모예배를 연 서울의 한 목사는 “하나님도 독재를 했다”며 “한국은 독재를 해야 한다”고 웅변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5·16 쿠데타는 구국의 결단”이라고,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은 “아버지 대통령 각하”를 외치기도 했다. 이들의 기억이 반복학습의 결과물인지 살아있는 권력에의 아첨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처럼 모두가 권력에 맹종하고 아부하는 순간 그 사회는 이미 파시즘과 전체주의로 돌입한다는 사실이다. 무지인지 무기력함인지 도무지 분간하기 어려운 지금 우리사회는 과연 권력의 타락을 방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걱정스럽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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